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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부시와 샤란스키의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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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부시와 샤란스키의 자유

입력
2005.0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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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때보다 성대한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2기 취임식은 전쟁 중인 나라에 걸맞지 않다는 비판을 의식, 미군의 전공을 치하하는 행사로 시작했다. 이라크전 부상장병과 가족 1만명을 초청한 행사는 ‘자유를 축하하고 헌신을 기린다’고 이름 붙였다. 전사자만 1,000명이 넘어 수렁에 빠진 전쟁을 잔치마당에 끌어들인 발상이 그들답다. 군경 1만명에 대공포와 대량살상무기 탐지장비까지 동원한 삼엄한 경호경비는 악의 무리에 맞선 전쟁 지도자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무대장치라는 지적도 있다.

■ 부시 대통령은 ‘자유의 행진’(March of Freedom)을 취임연설 주제로 내세웠다. 자유를 위해서는 세계 어디든 진군한다는 선언으로 들린다. 왜 새삼 자유의 행군인가. 콘돌리사 라이스 신임 국무장관이 미리 논리를 제시했다. 쿠바 북한 미얀마 벨로루시 이란 짐바브웨를 ‘폭정의 전초기지’(Outposts of Tyranny)로 규정, 억압받는 이들의 자유를 위해 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부시 1기에서 이라크 북한 등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명분이 대량살상무기 위협이었던 것과 사뭇 다르다. 애초 대량살상무기는 없었던 것으로 드러나자, 전쟁 명분을 폭정 타도로 바꾼 것의 연장인 셈이다.

■ 그러나 빼어난 책략가 라이스가 이스라엘의 극우 정치인 나탄 샤란스키의 논리를 쳐든 것은 감동적이지 못하다. 샤란스키는 소련의 반체제인사로 고르바초프의 개방조치에 따라 이스라엘로 이주하면서 유명해진 인물이다. 라이스는 샤란스키가 ‘폭정을 이기는 자유의 힘’을 주제로 쓴 책을 대통령에게 소개하고, 백악관에서 대화를 나누도록 주선했다고 한다. 그러나 샤란스키는 팔레스타인 분쟁 등 중동문제의 근본이 아라파트와 이슬람사회의 독재 탓이라고 주장하는 등, 진정한 자유주의와 거리가 먼 인종차별주의자로 비난받는 인물이다.

■ 샤란스키를 부각시키는 것은 소련 반체제 작가 솔제니친을 자유의 상징으로 이용한 것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솔제니친은 극단적 민족주의자로 비판받고 있고, 샤란스키와 서로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런 배경은 라이스와 부시 대통령이 이끌 ‘자유의 행진‘이 국제사회의 기준과는 동떨어진 일방적 행보의 다른 표현에 불과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국제 여론조사에서 평화를 위협하는 대표적인 나라로 꼽히는 이스라엘과 미국이 자유의 이념까지 장악하는 것은 위험하다.

강병태 논설위원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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