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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터뷰/ 프로바둑 세계제패 5차례 이세돌 9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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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터뷰/ 프로바둑 세계제패 5차례 이세돌 9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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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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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돌’이다. 어머니도 세돌(世乭)의 ‘세’를 세게 발음해 이렇게 부른다. 1999~2000년의 국내기전 32연승은 서막이었다. 2003년 봄 LG배 세계기왕전 우승이후 1년 여 동안 침묵을 지키는가 싶더니 지난해 말 삼성화재배, 8일 일본 도요타덴소배를 거머쥐면서 세계대회 5회 우승의 기록을 세웠다. 서울 홍익동 한국기원 4층 본선대국실에서 바둑판을 사이에 두고 앉은 이세돌은 꾸밈없이 자신의 바둑세계를 열어보였다. "올해 목표는 승률 8할" "이창호 9단이 가장 어려운 상대"라고 했다."궁색한 형세에서도 모양은 어느 정도 갖추는 것이 강점이고, 변화를 심하게 추구하는 것이 약점"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리고 이제 겨우 스물 두 살인 이 젊은 기사는 뜻밖에도 경험을 강조했다.

대담=남경욱 문화부 차장대우 kwnam@hk.co.kr

_도요타덴소배 우승 소감에서‘나는 아직 강하지 않다’고 했는데.

"대국 내용이 좀 안 좋았고, 창하오(常昊) 9단이 저보다 세다는 얘기를 하고 싶어서죠. 세 판을 놓고 실력을 말하긴 어렵지만, 결승전 대국 내용은 창하오가 좀 나았죠."

_이 대회에서 가장 힘들었던 대국은.

"2국은 졌으니까 당연히 힘들었고, 3국도 뒤지다가 역전시켰으니까 힘들었어요. 상당히 나빴는데, 창하오가 많이 긴장해서 이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_세계대회를 5번 석권했는데 특히 기억에 남는 대회는.

"2002년 후지쓰배에서 유창혁 사범님을 이기고 처음 우승했고, 2003년 LG배에서 우승할 때는 이창호 9단을 이겨 기억에 남아요."

_세계대회에서 주로 중국 기사들과 대국했는데 그들을 평한다면.

"상당히 탄탄하고 잘 두는데, 경험이 없으니?아무래도 두기가 편해요. 우승 경험이 중요해요. 전체적으로 한국 기사들은 자기가 우승경험이 없더라도 우승경험이 있는 선배들이 있으니까 노하우라고 할까 그런 게 있거든요. 조훈현 이창호 유창혁 같은 분들이 우리한테 직접 가르쳐주는 것은 아니지만 옆에만 있어도 배우는 게 있거든요. 한국 기사들은 긴장을 안 하는데 중국 기사들은 국제대회에 나오면 긴장해 갈팡질팡하는 것 같아요."

_우승의 ‘노하우’란 게 어떤 건지.

"말로 할 수는 없어요, 느끼는 거죠. 말로 표현할 수 있으면 중국이나 한국이나 똑같죠. 실력에서는 거의 비슷한데, 차이는 거기에서 나는 것 같아요. 특히 세계 최고 기사가 있으니까, 그거 같아요."

_제일 어려운 상대는.

"이창호 9단이죠. 배울 점이 많아요."

_이창호 9단과 비교해 부족한 점이 있다면.

"저 같은 경우 아주 쉬운 수읽기를 착각할 때가 있어요. 한 판에 한 번씩은 착각하게 돼요. 그런데 이창호 9단은 안 그래요. 쉬운 것은 100% 퍼펙트하게 두거든요. 또 마지막에 생각도 못한 곳에서 한 집 한 집 갖고 오는데, 상당히 괴롭죠. 바둑이 평탄하게 가면 쭉 밀리는 수가 있어요. 작년에 2승6패였는데 중요한 대국에서는 모두 졌어요. 왕위전 도전기에서는 자신감도 있었는데 졌고, LG배8강전도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자신했는데 실수가 커서 졌어요. 저는 가끔 실수를 해요. 복기를 할 때 내가 왜 이런 수를 뒀을까 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이 9단은 전혀 그런 것 같지 않아요. 그게 차이라고 생각해요."

_그 차이를 어떻게 극복할 건지.

"아주 쉬운 장면에서 실수하는 걸 고쳐야죠. 수읽기를 한번 더 해본다든지 하는데, 쉽게 고쳐지는 것이 아닌 것 같아요. 바둑을 둬나가면서 해결해야지요."

_라이벌 최철한 9단을 어떻게 생각해요.

"사실 그가 2인자예요. 저는 그 뒤고. 지금은 제가 세계대회 타이틀을 2개 갖고 있으니까 모르지만, 최 9단이 잉창치배 우승하면 저보다 위가 되는 거죠. 사실 둘이서 둔 대국은 몇 번 안 돼요. 이창호 9단한테 잘 이겨서 저보다 세다는 느낌이 들긴 해요."

_최근에 공격적인 바둑 스타일이 조금 바뀌었다는 분석도 있는데.

"기본적인 스타일의 변화는 없어요. 그 상황에서 나름대로 정수를 두는 것일 뿐, 공격적인 바둑이 아닌데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저는 오히려 수비형이에요."

_대국 전날 특별히 준비하는 것이 있다면.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죠. 늦게 잘 수도 없고 ,절대 술을 마시면 안되고… 손톱을 깎거나, 머리도 한번 깎아볼까 하다가 내일 대국이라면 못 깎는 거죠."

_징크스가 있다면.

"너무 잘 자면 지더라구요. 일고여덟 시간 자면 거의 져요. 차라리 두세 시간 잤을 때 승률이 좋더라구요. 그래서 요즘은 일부러 시간 맞춰 자려고 하지 않고 잠 드는 대로 자요."

_대국 전에 상대방에 따라 전략을 미리 구상하는지.

"제가 싫어하는 정석에 미리 대비하는 정도고, 상대 스타일에 맞춰 대비하는 것은 없어요. 눈사태형 정석을 싫어해요. 초반에 수가 많이 진행되는 것을 싫어하거든요."

_빠른 수읽기는 어디서 배웠나요.

"수읽기라기보다는 바둑의 모양에 대한 이해라고 봐야죠. 모양을 딱 보면 어느 정도 나오는 거죠. 사활문제를 옛날부터 빨리 풀었어요. 그래서 모양을 봐서 어디가 급소인지를 빨리 보는 것이지, 수읽기가 센 것 같지는 않아요."

_자신의 강점과 약점은.

"모양을 잘 갖추죠. 행마와는 좀 다르고, 타개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아요. 일립이전(一立二展), 이립삼전(二立三展)같이 모양이 이상하지 않도록 맞춰가는 거죠. 반면, 정석에 얽매이는 건 싫어해요.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변화를 추구하려고 하는데 그게 너무 심해 쉬운 장면에서 착각을 하기도 해요."

_졌을 때 스트레스는 어떻게 풀어요.

"100% 졌는데도 10수 정도는 더 둬요. 왜 이렇게 됐을까 생각하면서 한 수 한 수 두는 거죠. 그렇게 어느 정도 화를 삭힌 다음에 돌을 던지죠. 또 복기를 하면서도 가라앉히죠. 바둑판 안에서 어느 정도 해결하는 거죠. 지고 나면 동료 프로기사나 가족이랑 얘기를 많이 해요."

_존경하는 기사가 있다면.

"솔직히 없어요. 좋아하는 기사는 조훈현 선배님이에요. 여섯 살 때 조 9단이 잉창치배 우승하는 걸 TV로 보고 나서 프로기사가 돼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어요. 바둑 스타일도 그를 따라가지 않았나 싶고, 인생 사는 모습도 저 정도면 되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제 인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분이에요."

_바둑 말고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지금이 바둑 인생에서 중요한 시기인데 뭘 하나 더 하기가 부담이 돼요. 일본어나 중국어를 공부하려고 해도 하루 두세 시간은 필요한데 그럴 정신이 없어요."

■ 이세돌 9단/ 32연승 기록 ‘불패소년’ 최근 도요타덴소배 우승

"바둑의 승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실력이고, 두번째는 경험"이라는 자신의 말처럼 이세돌 9단은 실력과 경험을 쌓으며, 이창호 9단과의 거리를 점점 좁혀가고 있다. 2002년 제15회 후지쓰배, 2003년 제7회 LG배 세계기왕전과 제16회 후지쓰배, 2004년 제9회 삼성화재배, 2005년 제2회 도요타덴소배 등 세계대회 우승이 이를 증명해 주고있다.

1983년 전남 신안 비금도에서 태어난 그는 아마5단이었던 부친과 형(이상훈 5단)에 의해 기재(棋才)가 발견됐다. 여덟 살에 서울로 올라와 권갑룡 7단 문하에서 바둑수업을 닦은 그는 열 두 살 때인 95년 입단했다. 그리고 4년 만인 99년 후반부터 이듬해 5월까지 파죽의 32연승을 거두면서 ‘불패 소년’ ‘비금도의 천재’란 별칭을 얻었다. 그때(2000년 5월) 유창혁에게서 생애 첫 타이틀인 박카스배천원위를 쟁취했고, 6년 연속의 이창호 아성을 무너뜨리고 한국기원이 주는 최우수기사상을 수상했다. 화려하고 전투적인 기풍으로 국내기전보다 국제기전에 강하다.

■ 이세돌이 꼽은 2004대국/ 삼성화재배 준결승 1국

한국기원 자회사인 사이버오로가 2004년 기보 가운데 바둑 팬들의 조회가 많은 20개를 뽑은 결과 이세돌의 대국이 11개로 가장 많았고, 조회수 ‘톱5’ 역시 모두 그의 것이었다. 이세돌은 이 가운데 11월16일 중국의 구리(古力) 7단과 대국한 제9회 삼성화재배 준결승1국이 "승부처에서 실수없이 둬 가장 마음에 든다"고 했다. (115…110, 148 154…116, 151…133, 181 187…163 ,184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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