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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향기자의 씨네 다이어리/ 사랑, 작업, 스토킹… 그때 그때 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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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향기자의 씨네 다이어리/ 사랑, 작업, 스토킹… 그때 그때 달라~요

입력
2005.0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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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영화라니까." 따뜻한 멜로영화로 알려진 ‘키다리 아저씨’를 보고 온 동료의 소감이다. 10년 세월을 채워 온 애틋한 사랑도 제 싫으면 그만이다. 최악의 경우 주인공 영미(하지원)는 이런 반응을 보일 수도 있다.

"아, 정말 견딜 수가 없어요. 도대체 누구인지. 잊을 만하면 케이크 보내죠, 또 곰 인형 보내죠. 누구한테 온 건지도 모르는데 케이크 속에 뭐 나쁜 거 넣은 건 아닌지 정말 걱정됐다니까요. 게다가 몰래 돈까지 떠 안겼어요. 저도 돈 있거든요. 아르바이트 해서 번 돈 등록금 하려고 모아 뒀는데, 내려고 가면 세상에! 누가 미리 내놓은 거에요. 제가 내달라고 한 거도 아니잖아요. 게다가 전자메일까지 끊임없이 보내는데, 아주 섬뜩해요. 그러고는 나중에 다 자기가 한 일이라고 털어 놓더라구요. 돈까지 받았으니 싫다고 할 수도 없고 어떻게 해요. 스토커로 신고할까요?" 그러나 영미는 키다리 아저씨의 행동에 행복했을 뿐이니 이건 사랑이지 스토킹이 아니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도 달리보면 그렇다. 조제의 집을 자꾸 찾아 오는 츠네오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엉엉. 다리 불편해 도망도 못가는 저를 데리고는 동물원으로 바다로 마구 끌고 다니는 거에요"라며 조제는 울었을 것이다. ‘러브 액츄얼리’에서 크리스마스 이브에 유부녀 집 앞에 와서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남자도 변태 소리 듣기 딱 좋고, ‘내 머리 속의 지우개’에서 남자의 일터까지 찾아와 흘끔 흘끔 훔쳐 보는 여자도 정신 나간 사람으로 몰릴 수 있다.

넓은 의미로 ‘상대방을 괴롭히는 행위’를 스토킹으로 봤을 때, 모든 ‘작업’은 스토킹과 비슷하다. 상대방이 싫어함에도 일방적인 호감만으로 계속 쫓아다니거나, 전화 우편 전자우편 등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일방적으로 털어놓거나, 선물공세를 펴고 접근을 시도하고 관심을 표명하는 것은 스토킹의 정의와 일치한다.

물론 상대방이 성가심과 공포심을 느끼면 스토킹이고, 설레면 작업이다. 호감 가는 사람이 하면 작업이고, 재수 없는 놈이 하면 스토킹이라 느낄 수도 있다. 밤 9시만 지나면 "어디냐?"고 캐묻는 전화공세에 시달리고, 몰래 휴대폰 문자메시지도 검열 당하고, 가끔은 우편물을 먼저 뜯어 보는 등 엄청난 스토킹에 시달리면서도 가족이나 애인을 신고하지 않는 것도 성가시거나 무섭지 않기 때문이다. 즉, 행동방식이 문제가 아니라, 용인의 차이임은 분명하니 작업에 임할 때는 늘 ‘스토커’로 몰릴 각오를 해야 할 일이다.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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