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사립학교에서 일어난 담임교사의 기말시험 답안작성 사건은 교사가 갖춰야 할 기본적인 자질의 부재와 현행 내신제도의 문제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은 일선 고교에서의 내신 관리 실태에 대한 철저한 점검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어제 발표한 자료에서 시내 일반계 고교 전체인 195개 고교 중 5분의 1이 과목별로 30% 이상의 학생들에게 ‘수’를 준 것으로 드러났듯이 고교에서 성적 부풀리기가 만연해 있다. 지난해 고교등급제 파동 등 내신성적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터진 이번 사건은 내신의 신뢰성에 큰 상처를 주었다.
특히 2008학년도 이후의 입시제도가 내신 비중 강화를 골간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은 더욱 크다. 교사가 학생들의 학업점수뿐 아니라 학교생활 태도 같은 주관적 부분까지 함께 평가토록 해 교사의 영향력은 거의 절대적이다. 새 대입제도의 성패가 교사의 열정과 공정성에 달려 있다는 말이 허언이 아닌 것이다. 이런 마당에 교사가 특정 학생의 시험성적을 올려 주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니 새 대입제도가 제대로 시행될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시 교육청의 감사가 진행 중이지만 문제의 담임교사가 왜 시험답안지를 대신 작성했는가도 명확히 밝혀져야 한다. 담임교사는 "미국에서 전학 온 학생이 적응에 애를 먹어 단순히 돕고자 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학생의 아버지가 현직 부장검사라는 점에서 쉽게 납득할 수 없다.
부정행위를 적발하고도 한 달 넘게 교육청에 보고하지 않은 학교와 홈페이지를 통해 제보를 받고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은 시 교육청의 은폐 및 늑장대응 의혹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교육 당국은 수능부정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일어난 현직 교사 내신부정 연루로 인한 교육정책의 불신을 심각히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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