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주류 사회를 대표하는 집권 자민당과 일본경제단체연합회가 신 보수주의를 선명히 드러내고 있다.
오는 11월 창당 50주년을 맞는 자민당은 18일 당 대회에서 ▦올해안 헌법 개정안 초안 작성▦애국심을 강조토록 교육기본법 개정▦미일 동맹 강화와 국제사회 적극 관여 등 7개항의 올해 활동방향을 채택했다. 50년간 정권을 유지해왔지만 2003년 중의원, 2004년 참의원 선거에서 제1야당 민주당의 약진으로 위기감이 높아진 자민당이 이념·정책을 정비하고 개혁이란 이름으로 보수색을 내건 것이다.
재계 총본산인 일본경단련은 같은 날 자위대의 지위를 분명히 하고 동맹국과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허용하자는 내용의 개헌안 보고서를 발표했다. 경단련은 지금까지 외교·안보 문제에는 의견을 삼가왔다. 하지만 이날 보고서로 보수 중심의 개혁을 정치권에 촉구한 것이다.
경단련은 지난해 10여 년 만에 정치헌금을 재개하겠다고 선언하고 정당의 정책평가를 실시하는 등 정치영향력의 부활·강화를 도모하고 있다. 도요타자동차의 회장인 오쿠다 히로시(奧田碩) 경단련 회장은 자민당 당 대회 축사에서 "정치는 환경과 같은 글로벌 과제, 일본의 인구감소 등 커다란 시대 변화에 미리 대비하는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정치권을 질타했다.
이는 일본 구 보수세력의 흐름과는 궤를 달리하는 것으로 미국의 신보수주의와 맥이 통한다. 정·재계의 신보수는 외교·안보에서는 미일 동맹의 강화, 경제에서 미국식 신자유주의 도입에 의한 국가경쟁력 강화, 사회·복지에서 국가관 등 전통 가치 정립과 경쟁원리 도입을 공통 인식기반으로 삼고 있다.
나카야마 나리아키(中山成彬) 문부과학성 장관이 창의력·체험 중시의 ‘종합학습’ 시간을 줄이고 국어 수학 등 주요교과의 수업시간을 늘리는 식으로 이른바 ‘여유 있는 교육’ 노선의 대전환 방침을 밝힌 것도 교육 보수화 경향이다. 입시과열과 주입식 교육의 폐해를 막기 위해 교원노조가 20여년간 사회적 논쟁을 주도한 끝에 2002년 완성된 여유 있는 교육은 학력저하와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정·재계, 언론의 공격으로 이미 유명무실해졌다.
이 같은 신 보수의 대두는 미국 중심의 세계화 충격 속에서 일본공산당, 사민당 등 ‘좌파 호헌(護憲)정당’이 몰락한 것과 동전의 앞뒷면을 이룬다.
자민당 탈당파, 신당 세력, 구 사회당 우파 등이 연합한 민주당은 개헌에는 찬성하지만 외교·안보에서 미국 일변도보다는 아시아중시 자세를, 경제에서는 자민당보다 더 미국적인 규제완화와 민간 주도 정책을 제시하는 이념 혼재 정당이다.
자민당도 우정(郵政)민영화 등 신자유주의적 개혁에 반대하는 기득권 유지형 파벌들을 끌어안고 있어 자민당과 민주당의 대결은 보수 중심의 개혁 이미지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되고 있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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