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페루를 떠나 바다에 나온 지 5일째. 338.92㎞를 갔다. 남은 거리는 7661.72㎞. 사막을, 그것도 상어들이 이를 가는 물의 사막을 횡단하는 모험이다. 남반구의 작렬하는 태양은 도저히 참을 수 없다. 선 블록 크림을 몇 겹씩 바르고 선글라스를 끼고 모자로 가리고 전신을 덮는 옷 속에 숨어 있으면 마치 내가 점점 도마뱀이 되는 것 같다. 밥을 하러 작은 선실에 들어가면 숨이 콱 막혀 질식할 것 같다. 완전히 사우나다. 보트가 출렁이면 먹은 음식이 뒤집어진다. (18일)
노를 잘못 젓지 않도록 집중한다. 바다에서 나는 온갖 소리를 아주 자세히 듣는다. 새 소리는 아니다. 멀리서 화물선이 지나가는 모양인데…. (17일)
노 젓는 게 고통스럽다. 손은 벌써 온통 물집 투성이다. 서쪽으로 서쪽으로…. 하지만 북쪽으로 잘못 올라갔다. 바람과 조류 탓이다. (15일)"
노를 저어 태평양을 횡단하고 있는 프랑스 여성 탐험가 모 퐁트누아(27)씨가 인터넷에 올린 항해일지다. 그는 14일 남미 페루의 칼라오항을 출발했다. 태평양 한가운데 타히티섬까지 약 8,000㎞의 바닷길을 길이 7c, 너비 1.6c짜리 작은 1인용 보트에 의지하고 다섯 달을 가야 하는 여정이다. 모험의 어려움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첫날에는 겨우 38.89㎞밖에 못 갔다. 지금은 그래도 하루 평균 70㎞ 이상을 갈 정도로 속도가 붙고 있다.
퐁트누아씨가 태평양을 건너려는 이유는 고대 남미인들이 바닷길로 폴리네시아에 이주했을 가능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다. 당시 상황의 재현을 위해 오로지 노만 사용하고 식량도 선실에 바나나 등 고대인이 먹었을 5개월치 600㎏만 쌓아 놓았다. 달라진 것이라면 동력을 얻기 위한 태양전지판과 위성전화가 있다는 정도. 그래서 MP3 플레이어로 뭍에 있는 동료들의 격려 메시지를 듣고, 홈페이지(www.maudfontenoy.fr)에 글도 남길 수 있다. 벌써 14만 명 이상이 인터넷으로 항해에 동참하고 있다. 그는 재작년에 이미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노를 저어 대서양을 횡단한 바 있다. 그의 좌우명은 영국 소설가 조세프 콘라드(1857~1924)의 한 구절이다. "꿈을 따라가는 것, 그리고 여전히 꿈을 좇는 것, 그리고 그렇게 계속하는 것. 영원히."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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