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국내 상장·등록기업 주식투자로 배당을 받아 본국에 보낸 돈이 2년 만에 4배 가까이 급증했다. 국내 주식시장의 우량기업들이 외국인들에 의해 지배된 결과다.
1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4년중 외국인 증권투자자금 유·출입 동향’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지난해 거래소상장 및 코스닥등록 기업에 대한 투자배당으로 24억8,900만달러(작년 환율기준 3조원 육박)를 본국에 송금했다. 2002년 배당송금액(6억4,000만달러)의 3.9배, 2003년(13억4,300만달러)의 1.9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는 상장·등록기업에서 받은 배당금 중 증권투자전용 대외계정을 통해 해외 송금한 것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외국인들이 비상장·비등록 기업투자로 받은 배당금과, 배당후 송금하지 않고 국내에 갖고 있거나 다른 계정으로 송금한 돈은 제외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부분까지 포함하면 실제로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투자로 벌어 들였고, 또 자기나라로 갖고 간 돈은 훨씬 많을 것이란 관측이다.
한은 관계자는 "주식시장에서 고배당을 하는 기업들은 주로 알짜 우량기업들인데 외국인들이 주로 이들 우량기업 주식을 집중적으로 보유하고 있어 배당으로 받는 돈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작년 한해 동안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은 1,161억7,000만달러가 새로 들어오고, 1,067억5,000만달러가 빠져나가 94억2,000만달러의 유입초과(순유입)를 기록했다. 2003년의 순유입액(135억2,000만달러) 보다는 41억 달러 줄었지만 예년에 비하면 여전히 큰 규모다.
이에 따라 작년말 현재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들이 투자한 잔액은 1,719억 달러로 전체 주식투자잔액의 40.1%를 차지했다. 주식 시장내 외국인 비중이 40%를 넘은 것은 작년이 처음이다. 그 만큼 주식시장의 외국인 영향력이 커진 셈이다.
아울러 지난해 하루 평균 8억9,000만달러(약 1조원)의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이 외환시장을 통해 들어오거나 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외환시장의 하루 거래량 가운데 약 23%에 달하는 액수다. 그만큼 외국인의 위력은 주가 뿐 아니라 환율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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