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이 사회환경을 감시, 비판하고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듯이 언론비평은 신문과 방송의 보도와 언론환경에 대해 비슷한 역할을 한다. 상대의 잘못을 지적하는 비평이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애정을 갖고 던지는 솔직한 비판이 필요한 일임에 틀림없다. 그렇기에 지난해 3월부터 격주로 이어진 글쓰기는 힘들면서도 즐거웠다. 필자는 안식년 휴가를 받아 2월 방문학자로 미국 퍼듀(Purdue)대학교에 가게 됐다. 그동안 이 글을 아껴주신 독자께 감사드리며, 혹시 불편을 끼쳤다면 당사자의 너그러운 이해를 구한다.
언론을 구성하는 주체로 크게 신문과 방송 내부의 경영자와 기자, 그리고 이를 둘러싼 외부환경으로 정부와 기업, 독자를 들 수 있다. 최근 언론 현안과 관련해 그들 각각에 대해 몇가지 제언을 하면서 언론비평을 마치고자 한다.
첫째, 언론 경영인의 관심은 소유보다 경영에 두어져야 한다. 경쟁이 제한된 시대에는 경영의 전문성과 전략 수립의 필요성이 작았다. 그러나 이제는 경영에 실패한 신문과 방송이 퇴출 당해 소유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 있는 시대다. 언론 경영인들은 소유자의 입맛에 따른 편집과 인사정책에서 벗어나 독자의 입맛에 맞는 질적으로 향상된 뉴스제공과 이를 바탕으로 한 안정적인 경영에 주력해야 한다.
둘째, 기자의 윤리와 전문성이 더욱 높아져야 한다. 언론의 영향이 큰 만큼 언론인에 대한 기대 또한 높다. 최근 조선일보 기자의 여성아나운서 폄하, MBC 기자의 명품 핸드백 파문 등에서 보듯 독자와 시청자들은 기자에게 품격 높은 도덕성을 요구한다. 기자는 또 인터넷 매체 시민기자들의 도전을 받고 있다. 전문성 강화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셋째, 정부는 과점신문 위주의 언론정책에서 벗어나 시민의 알권리 확대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집권 3년째를 맞은 현 정부와 여당은 사사건건 과점신문과 대립하면서 언론과의 만남을 회피하거나 줄였다. 그러나 그 피해는 알 권리를 제약당한 시민에게 돌아간다. 다행히 새해들어 대통령이 언론관계를 확대하도록 발언하는 등 변화조짐이 보인다. 아울러 국가기밀 접근제한지침 역시 미국의 판례에서 보듯이 ‘현존하고 임박한’(Present and Imminent) 위협적인 사안이 아닐 경우 개방의 폭을 넓혀야 한다.
넷째, 기업은 언론에 대해 뉴스매체와 광고매체의 속성을 분별해서 대응해야 한다. 기업이 두 속성을 혼동할 때, 광고나 금품을 통해 언론을 통제할 수 있다는 그릇된 인식으로 바뀌고, 언론과 해당 기업 모두에게 치명적 영향을 주게 된다.
끝으로, 독자의 따뜻한 애정과 질책이 언론을 건강한 동반자로 만든다. 언론이 건강하게 제 역할을 하도록 독자와 시청자도 신문 구독과 방송수신에 제 값을 줘야 하고, 미흡한 품질에 대해선 개선을 적극 요구해야 한다. 언론발전을 위해 지금까지 주로 언론내부에 대해 비판하고 자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그러나 언론은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다매체 경쟁시대의 언론상황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언론환경을 둘러싼 주체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미래를 모색할 때다.
영산대 매스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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