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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의 향기… 예술영화 2편/ 텐 미니츠 첼로 - 리컨스트럭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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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의 향기… 예술영화 2편/ 텐 미니츠 첼로 - 리컨스트럭션

입력
2005.0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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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텐 미니츠 첼로/‘10분’에 담긴 긴 여운

대가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는 영화감독 15명이 2002년 ‘텐 미니츠 올더’라는 프로젝트의 이름아래 10분의 시간이 갖는 의미를 10분동안 필름에 담아보라는 제의를 받는다. 약 100분 짜리 영상소설을 써온 감독들에게 그 10분의 1길이의 영상 시를 써보라는 것. 그 첫 결과물이 2002년 국내서 세계 최초로 개봉한 ‘텐 미니츠 트럼펫’이었고, ‘텐 미니츠 첼로’가 뒤를 이었다..

7명의 감독이 만들어낸 ‘텐 미니츠 트럼펫’에서 차가우면서도 따스하게 적셔 드는 트럼펫의 재즈선율이 이음고리 역할을 했다면, ‘텐 미니츠 첼로’는 잉잉거리는 첼로소리가 각 에피소드의 접착제 역할을 한다. ‘텐 미니츠 첼로’의 감독은 폴커 쉬렌도르프, 장 뤽 고다르 등 8명.

첫 에피소드는 ‘마지막 황제’의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것이다. 그는 ‘물의 이야기’(사진)에서 한 남자의 사랑과 결혼 일상사를 보여주고, 모든 것이 하루 만에 일어난 일이라고 말한다. 현실과 환상을 교차시켜 직조해 낸 인생에 대한 성찰이 인상적이다. ‘라스베가스를 떠나며’의 마이크 피기스 감독은 컴퓨터 윈도 화면처럼 스크린을 네 등분해 4개의 각기 다른 이야기를 보여준다.

‘메피스토’로 유명한 이스트만 자보 감독은 생일파티를 앞두고 달콤한 꿈에 젖은 한 여인이 10분 뒤 남편을 살해하는 악몽에 빠져드는 과정을 그려 시간과 삶의 아이러니를 말한다. ‘일 포스티노’의 감독 마이클 레드포드는 SF단편을 선보인다. 우주여행을 떠났던 한 남자가 지구로 돌아왔을 때 신체 나이는 10분이 지났지만, 세월은 80년이 지난 ‘시간의 모순’을 담고 있다. 아흔 살이 된 아들을 만나 울면서 사랑한다고 말하는 장면이 압권이다. 28일 개봉. 15세관람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 리컨스트럭션/ 사랑은 퍼즐 같을까

사랑의 기억은 정확치 않다. 만난 곳이 어딘지, 주고 받은 선물이 무엇이었는지 헷갈리다가, 내가 떠난 건지 상대방이 먼저 떠난 건지도 애매해지고 나중에는 사랑하기는 했던 사이인지도 정확하지 않은 시점이 온다. 시간이 지나면 조각나버리는 것이 사랑이다. 조각 퍼즐 맞추듯 애써 기억을 짜 맞춘다 해도 다시 돌아오지는 않는다.

‘리컨스트럭션’은 사랑에 대한 매우 생소한 영화다. 이야기는 간단하다. 알렉스(니콜라이 리 코스)는 여자친구 시몬느(마리아 보네비)가 있지만 또 다른 여인 아메에게 끌린다. 아메에게는 유명 작가인 남편 어거스틴(크리스터 헬릭손)이 있다. 새로운 사랑에 빠져든 한 남자의 이야기일 뿐이다.

하지만 간단하지 않는 것은 시공간적 순서를 무시하고 조각난 이야기가 순서없이 나열되기 때문이다. 어느날 애인, 이웃, 절친한 친구까지 알렉스를 모르는 사람 취급하거나, 알렉스가 아메에게 선물한 라이터에 대해 아메는 원래부터 그녀의 것이라고 주장한다. 아메가 알렉스에게 선물하는 반지는 알고 보니 원래 알렉스 것으로 드러나는 등 영화는 만남의 진실을 알려주지 않는다. 마치 ‘사랑은 그런 것이다’ ‘사랑의 전후를 꿰어 맞추는 것 자체가 부질 없다’고 말하는 것 같다. 관객들은 내내 놀림 당하는 기분을 버릴 수가 없지만, 스타일의 신선함만은 뇌리에 깊이 남는다.

실험성 강한 단편들로 일찌감치 주목을 받았던 덴마크의 신예 크리스토퍼 부 감독의 작품으로 2003년 칸영화제에서 황금카메라상을 받았다. 21일 개봉. 15세관람가.

최지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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