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 사건으로 구속돼 6년간 옥고를 치른 은수미(41·여·사진)씨가 ‘한국노동운동의 정치세력화 유형연구’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다음달 서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는다.
서울대 사회학과 82학번인 은씨는 1984년 시위를 하다 제적된 후 노동운동에 투신, 89년 박노해 백태웅씨 등과 함께 사노맹을 결성했다. 사노맹 사건으로 92년 구속돼 6년간 강릉교도소에서 복역한 후 출소한 은씨는 노동현장 대신 97년 학교로 돌아갔다. 그러나 30대 중반에 새로 시작한 공부가 쉽지는 않았다. 6년 독방생활로 생긴 밀실공포증과 고소공포증이 은씨를 괴롭혔다. 은씨는 피나는 노력 끝에 98년 학부를 마치고 99년 대학원 사회학과 석사과정, 2001년 박사과정에 진학했다. 99년에는 대학동기와 뒤늦은 결혼식도 올렸다.
은씨는 "내게 80년대는 역사가 아닌 현재의 무게로 남아있었는데 논문을 쓰면서 이를 떨쳐낸 느낌"이라며 "석·박사 6년 동안 예전의 단단함을 다시 되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은씨의 논문 주제는 자신이 20년간 몸바쳐왔던 한국노동운동의 미래. 민주노총의 조직률이 10%도 안 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갈등이 고조되는 등 노동운동이 위기상황을 맞았는데도 어떻게 민주노동당이 원내에 진출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고민이 논문의 출발점이 됐다.
그는 논문에서 지금의 민노당을 상징과 실제구조가 불일치하는 한계를 가진 ‘상징연합’으로 규정하고, 상징과 구조의 통합이 없다면 민노당의 미래는 밝지 않다고 진단했다.
올해 1학기부터 이 대학 사회학과에서 학부생을 상대로 ‘사회운동론’을 강의하는 은씨는 "미래세대에게 화석화한 박물관적 지식이 아니라 제대로 된 살아있는 역사를 알려줘 과거와 미래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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