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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르 가르뎅, 1조원 사업체 매각 의사/ "노출과 모방 판치는 패션계 환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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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르 가르뎅, 1조원 사업체 매각 의사/ "노출과 모방 판치는 패션계 환멸"

입력
2005.0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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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패션업계는 대규모 비즈니스와 거의 발가벗은 노출의상으로 이미 가치를 상실했다. 새로운 디자인을 내놓고 3시간이면 모방품이 나오는 풍토에 환멸을 느낀다. 65년간 할 만큼 했다. 지금 사업체를 팔지 않는다면 내가 죽은 뒤 가족들이 이 일을 해야만 하지 않겠는가?"

프랑스의 패션황제 피에르 가르뎅(82)이 최근 10억 유로(1조3,000억원 상당)에 이르는 자신의 사업체를 매각하겠다고 밝힌 뒤 패션업계에 대해 연일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독설을 퍼붓고 있다. 그는 16일 프랑스 대통령궁이 내려다보이는 파리 사무실에서 로이터통신과 인터뷰하면서 "진정한 고급 복식산업은 사라졌다"고 ‘선언’했다. "크리스찬 디오르 정도는 아직 살아있죠. 하지만 호화로운 볼거리에 지나지 않습니다. 최상의 구경거리 쇼일 뿐입니다. 그런 모자와 구두를 신고 실제로 거리를 걸을 수 있을까요? 그런 의상으로 저녁식사에 나갈 수 있나요?"

이후 데일리 텔레그라프와의 인터뷰에서는 슈퍼모델 문화에도 일침을 놓았다. "나는 크리스티 털링턴이나 클라우디아 쉬퍼를 무대에 세우지 않았습니다. 모델은 디자인 보다 중요하지 않습니다. 패션모델들이 왜 유명해지는지 이해할 수 없어요. 그들은 다른 사람이 만든 옷을 입는 것 외에 하는 일이 뭐가 있습니까?"

하지만 그는 바로 지금의 패션산업을 창조해낸 주역 중의 한 사람이다. 그래서 많은 디자이너들은 그의 비난에 냉소적이다. 인도의 유명 디자이너 라카벤드라 라토레는 그에게 "모두 당신이 시작한 일 아니냐"고 공개적으로 반격하기도 했다.

1950년대 이른바 ‘버블 드레스’로 선풍적 인기를 끌며 패션업계에 등장한 그는 이미 30년 전 중국에 자신의 기성복을 진출시켰을 만큼 전 세계에 끊임없이 사업을 확장시켜 왔다. 그런 과정에서 초콜릿에서 만년필에 이르기까지 온갖 상품에 가르뎅 라벨을 붙이는 라이센스사업에 몰두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는 현재 140개국에서 900종의 라이센스 상품을 팔고 있다. 그는 "45년 전 내가 첫 라이센스 발급에 동의했을 떼 이브 생 로랑과 디오르는 2년 안에 내 옷이 외면 받을 것이라고 오판했다"고 회상했다.

현재 100개국에 걸친 사업체에서 종업원 20만명을 고용하고 있으며 이들 사업체 지분의 100%를 소유하고 있는 그가 이번에 매각키로 한 것은 고급의류사업과 막심즈(Maxims) 브랜드. 막심즈는 호텔, 레스토랑, 선박을 포함하는 프랑스의 대표적 레스토랑 체인이다.

"어느 인수자가 내가 평생 쌓은 패션제국을 보존할 능력과 의지가 있을지 걱정입니다. 앞으로는 새로운 예술 프로젝트에 돈을 쓸 작정입니다. 나는 결코 은퇴하지 않습니다. 내게는 스스로를 지탱케 하는 마약 같은 창조력이 여전히 살아있기 때문이지요."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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