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완치된 줄 알았던 유방암이 지난해 척추암으로 전이돼 강의를 접어야 했던 장영희(53) 서강대 교수가 6개월 만에 오뚝이처럼 다시 강단에 오른다.
장 교수는 3월 봄학기부터 이 학교 대학원 ‘19세기 영문학’과 학부 1학년 ‘영문학 개론’을 맡기로 했다. "담당의사가 항암치료를 예정대로 잘 받으면 일상으로 돌아가는 데 무리가 없고, 오히려 활동을 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강의를 다시 하기로 했어요."그리운 강단으로 돌아가는 때문인지 투병환자로는 보이지 않을 만큼 그의 얼굴에는 생기가 가득했다.
그는 "요즘은 영시 해설 칼럼을 엮은 책 출판 준비와 영국 여성시인 실비아 플라스의 시집 번역 작업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답니다"면서 "백혈구 수치가 제대로 올라가지 않고 있지만 다행히 통증은 많이 덜해졌어요. 다시 학생들과 만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설레네요"라고 즐거워 했다. 지난 연말 장 교수는 논문심사를 위해 자신의 연구실에 들렀다 학생들이 꾸며 놓은 크리스마스트리와 쾌유를 기원하는 카드를 보고 ‘눈물이 핑 돌 만큼’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저명한 영문학자인 고 장왕록 박사의 딸인 장 교수는 첫돌을 며칠 앞두고 고열을 앓다가 척추성 소아마비로 두 다리를 쓰지 못하는 1급 장애인이 됐다. 하지만 장 교수는 스스로 장애를 장애로 여기지 않았으며 아버지와 함께 펄 벅의 ‘살아 있는 갈대’를 번역하는 등 영문학자, 칼럼니스트, 교수로 왕성하게 활동해 왔다. 장 교수는 올해도 문학칼럼집, 영미시 모음집 등을 출간할 예정이다.
작년 9월 허리 통증으로 병원에 들렀다가 척추암 진단을 받은 장 교수는 그동안 왕성하게 활동해오던 칼럼리스트 역할을 당분간 접으면서 "신은 다시 일어서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나를 넘어뜨린다고 믿는다"는 내용의 ‘마지막 칼럼’을 남겨 많은 팬들의 심금을 울렸다.
조윤정기자 yj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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