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담임교사가 현직 부장검사 아들의 시험 답안지를 대신 작성해 제출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해당 학교는 이 같은 사실을 적발하고도 서울시교육청에 보고하지 않았으며, 시교육청도 이 같은 내용의 제보를 받고 1주일 동안 진상조사에 나서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커지고 있다.
18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 사립 A고에서 지난해 12월15일 2학기 기말고사 당시 1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B교사는 다른 교사에게 국사 시험시간에 감독학급을 교체해 달라고 요청했다. 다른 교사 대신 자신의 학급 감독을 맡게 된 B교사는 시험이 끝난 뒤 C군의 국사 답안지를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의 정답을 바탕으로 새로 작성한 답안지로 교체해 시험본부에 제출했다.
그러나 국사 담당교사가 채점을 하는 중 C군의 주관식 답안 글씨체가 다른 점 등을 수상히 여겼고, C군을 불러 답안 작성 경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났다. 학교측 진상조사 결과 B교사는 같은 달 18일 사회과목 시험에서도 같은 방법으로 C군의 답안지를 교체한 것으로 밝혀졌다. B교사가 답안지를 대신 작성해 준 C군은 미국 유학 중 지난해 3월 이 학교로 전입했으며, C군의 부모는 모 고검 현직 부장검사로 알려졌다. C군은 답안지 대리작성 사건이 불거지자 ‘해외 유학’ 등의 이유로 15일 자퇴했다.
C군은 학교측 조사에서 "완성하지 못한 답안지를 제출하자 담임교사가 ‘알아서 해 주겠다’고 말해 그냥 시험장을 나왔으며 대리작성 사실은 전혀 몰랐다"는 입장을 밝혔다. B교사는 학교측에 제출한 경위서에서 "외국에서 살다 와서 학교생활에 적응치 못하는 C군이 국사와 사회과목이 취약한 게 안타까워 답안을 대신 작성했다"고 진술했다. 시교육청은 18일 A고교에 대해 특별감사에 들어갔으며, 학부모와 B교사 간에 부정한 거래가 있었는지 여부 등을 밝혀내기 위해 19일 이 사건을 검찰에 수사 의뢰할 계획이다.
한편 이 같은 내용은 11일 익명의 제보자에 의해 시교육청 게시판에 ‘비공개’로 올라왔으나 시교육청은 17일까지 진상조사에 나서지 않았고, 같은 내용의 제보를 받은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측이 진상조사를 요구하자 비로소 A고에 경위서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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