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돌리사 라이스 미 국무장관 지명자가 18일 상원 인준 청문회의 증언석에 앉아 조지 W 부시 2기 정부 대외정책의 기본 구상을 제시했다. 이날 증언은 라이스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시절의 막후 조언 역할에서 벗어나 미 외교 정책의 집행자로 전면에 나서게 됐음을 뜻한다.
라이스 지명자는 19일 한차례 더 의회의 면접을 치른 뒤 20일 부시 대통령 취임식 후 열리는 상원 본회의에서 미국의 66번째 국무장관으로 무난히 인준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라이스 지명자는 올해 들어 매일 오전 6시 30분이면 워싱턴 시내 자신의 아파트에서 1분 30초 거리에 있는 국무부 지하통로를 이용, 임시 집무실에 도착한 뒤 업무파악과 청문회 준비에 몰두해왔다.
라이스 지명자는 이날 "우리와 세계간 상호작용은 대화가 돼야 하며 독백이어서는 안된다"며 "이제는 외교를 시작할 때"라고 말해 국제 관계 회복을 부시 정부 2기 대외정책의 우선 의제로 설정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는 곧 부시 1기 대외정책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의 군사적 행동에 휘둘러지면서 '외교 부재'로 이어졌던 상황으로부터의 변화를 꾀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보좌관은 이를 위해 '공공 외교'를 강화 할 것임을 강조했다. 라이스 지명자는 유럽과 한국 등 아시아 동맹국을 열거 하면서 "우리는 북한과 이란이 핵 무기 야망을 버리고 평화의 길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데 하나가 돼야 한다"고 말해 북한과 이란의 핵 문제 해결을 위한 동맹국 연대 강화를 역설했다.
민주주의 확신 지원도 라이스 지명자가 앞세운 대외 정책의 방향타였다. 라이스 지명자는 특히 벨라루스 쿠바이란 미얀마 짐바브웨와 함께 북한을 "폭정의 전초지"로 규정, 미국이 이들 국가에 자유를 확산시키는 노력을 배가할 것임을 시사했다.
라이스는 전후 이라크 정책에 낙관을 표시했다. 그는 30일 예정된 이라크 총선을 "이라크인들이 완전하고 진정한 민주주의로 가는 여행의 다음 발걸음"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언론은 라이스 지명자가 외교를 부시 정부 2기 대외정책의 최우선 의제로 설정하는 데 힘을 쏟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곧 부시 1기의 대외정책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의 군사적 행동에 휘둘려지면서 ‘외교 부재’로 이어졌던 상황으로부터의 변화를 꾀하는 것이라고 뉴욕 타임스는 분석했다.
무엇보다 이라크 전쟁 과정에서 어긋난 유럽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북한과 이란의 핵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들이 라이스의 외교력을 기다리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 해결의 기반을 조성하고 중동에 민주주의 기반을 확대하려는 부시 대통령의 지침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도 그가 설정한 의제의 맨 위를 차지하고 있다.
라이스 지명자는 헤쳐갈 많은 난관들을 앞두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외교적 영향력이 막강한 딕 체니 부통령과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 대외적 강경 노선을 주장하는 신보수주의자(네오콘)들과 어떤 관계를 설정하느냐가 그의 성공과 실패를 가를지도 모른다. 거대한 관료 조직인 국무부에 대한 장악력도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라이스 내정자는 국무부 서열 2, 3위인 부장관과 정무 차관에 각각 로버트 죌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니컬러스 번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대사를 기용함으로써 공화당의 전통적인 대외접근 방식인 실용주의 노선을 걷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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