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단행된 삼성그룹 인사에서 재정경제부 출신 ‘삼성맨’들이 요직에 포진해 관계와 재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들은 그룹 구조조정본부와 핵심 계열사 전략기획·홍보·IR(기업설명) 업무 실무책임을 맡는 등 중용되고 있다.
2002년말 재경부 국제기구과장을 끝으로 삼성으로 이직한 곽상용 삼성생명 상무는 이번 인사에서 구조본 재무팀으로 발탁됐다. 실력과 충성도에서 검증된 사람만 받는다는 구조본에 입사 2년이 갓 넘은 외부 인사가 발탁되기는 이례적인 일. 곽 상무는 김인주 사장(구조본 차장) 최광해 부사장(재무팀장)에 이어 그룹 차원의 재무 전략과 금융 계열사 경영 전략을 총괄하게 된다. 얽히고 설킨 지분 문제의 해법을 찾는 것도 그의 몫이다.
지역경제과장 출신인 삼성전자 IR팀장인 주우식 전무는 홍보팀장까지 겸임하게 됐다. 1999년 삼성전자 자금팀으로 들어간 주 전무는 2001년 초대 IR팀장을 맡으며, 한국 기업의 IR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장본인이다.
2003년 재경부 홍보기획단 총괄기획과장에서 삼성증권으로 자리를 옮긴 방영민 상무는 현재 삼성증권 경영전략을 총괄하고 있다. LG증권과 우리증권 합병에 따른 삼성증권의 중장기 발전전략 태스크포스 업무도 방 상무가 책임을 지고 있다.
방 상무와 같은 해 삼성금융연구소로 합류한 재경부 은행제도과 서기관 출신의 이상묵 상무는 최근 공정거래법 논쟁에서 삼성의 소유지배 구조의 장점을 조목조목 제기, 삼성에 이론적 토대를 제공해 고위층으로부터 실력을 인정 받았다. 2002년 재경부 경제정책국 서기관으로 있다 삼성생명으로 자리를 옮긴 조부관 부장도 삼성생명 상장, 투자유가증권 회계처리 등 그룹 차원의 핵심 현안들에 대한 대응 업무를 3년째 총괄하고 있다.
삼성의 재경부 출신 발탁은 이들이 실력 경쟁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기 때문. 재경부 조직특유의 스파트타식 교육 훈련을 받아가며 국민경제 전반을 총괄한 경험 때문에 경제와 기업 관련 문제를 보는 눈과 일하는 방식이 남다르다는 것. 특히 미국 코넬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주 전무나 미국 경영학석사(MBA) 출신인 곽 상무, 재경부 금융정책국에서 잔뼈가 굵은 방상무 등은 모두 청와대 경제비서실에서 장기 근무한 경력까지 갖고 있다. 이 상무도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조 부장은 재경부 시절 자산유동화법과 경제자유구역법의 산파 역할을 맡았었다.
재계 관계자는 "관료 출신들이 삼성에서 연착륙하는 것은 삼성이 실력있는 관료를 뽑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국가적인 정책 결정과 대기업의 정책 결정 방식에 유사한 점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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