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유난히 많이 발생하는 뇌졸중은 후유증이 심한 질환이다.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져 뇌세포가 일단 괴사에 빠지면 재생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줄기세포연구는 의학의 도그마(dogma)를 무너뜨리고 있다. 괴사에 빠진 뇌세포마저 재생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학자들 사이에서 속속 나오고 있는 것이다. 손상된 뇌세포를 살리는데 관심이 많은 3명의 교수로부터 올해 줄기세포치료 계획을 들어본다.
송영주 의학전문 대기자 yjsong@hk.co.kr
■ 여의도성모병원 신경외과 나형균 교수
가톨릭의대 신경외과 나형균 교수는 이미 뇌경색 환자에게 줄기세포 치료의 임상시험을 시작한 의사다. 2004년 2월부터 4월까지 중증 뇌경색 환자 5명에게 국내 최초로 뇌혈관 우회로 수술과 동시에 줄기세포를 이식했다. "뇌경색으로 뇌혈관이 막혀 혈관이 괴사에 빠지면 거의 치료법이 없지요. 수술적 치료법으론 막힌 혈관을 피가 잘 통하는 부위와 이어주는 우회로 수술(뇌경색이 발생하면 일반적으로 환자들은 신경과 전문의를 찾아가 약물치료를 받는다.)이 유일하지요. 그러나 현실적으로 짧은 시간내 뇌혈류가 다시 흐르기는 어려워 많은 뇌경색 환자들은 심한 후유증을 겪게 되지요."
그러나 뇌경색 부위의 괴사에 빠진 뇌세포는 혈류는 회복돼도, 재생되지 않아 중증 뇌경색 치료에 어려움이 많았다. "피만 단순히 다시 흐르게 하는 것보다는 줄기세포를 주입하는 게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수술한지 7~9개월쯤 지났는데요. 적응증만 잘 선택한다면 우회로 수술만 하기보다는 줄기세포 이식을 동시에 해주는 것이 낫다고 여겨집니다."
나교수는 수술대상으로 뇌졸중 발생후 3~6개월이 된 환자로 제한했다. "수술하기에 제일 좋은 시기는 뇌졸중이 발생한지 3개월 이상, 6개월 미만된 환자들이죠. 뇌졸중이 발생한 지 적어도 3~4주는 지나야 수술이 가능합니다. 급성뇌졸중은 뇌가 불안해 열기가 어렵죠." 우회로 수술을 통해 막힌 혈관에 피가 흐르게 한 다음, 이어진 혈관 속으로 줄기세포를 주입했다.
또 수술용 네비게이터 장비를 이용해 뇌경색 및 뇌경색 경계부위를 정확히 확인한 후 7~10곳에 직접 골수세포를 주입하기도 했다. 수술 2주 후엔 다시 뇌혈관 촬영을 하면서 미세 카테터를 새로 연결한 우회혈관까지 삽입, 이 삽입된 카테터를 통해 환자의 줄기세포를 다시 주입했다. 그가 과감하게 새로운 시술법에 도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줄기세포 주입 후 후유증에 대한 학계 보고는 없다는 점도 한몫 했다.
나교수는 환자 5명 중 3명은 언어장애와 마비 등 증상이 상당히 호전됐다고 말했다. "아직 이 내용은 국내 신경외과학회에만 발표됐을 뿐, 외국 저널에 보고하지는 않았습니다. 좀 더 케이스를 모은 후 발표할 예정입니다."
그는 "줄기세포가 과연 뇌경색 부위에 생존, 뇌 신경세포로 분화해 증상이 좋아졌는지, 아니면 경색부위와 경색 경계부위에 피가 다시 흐르게 돼 호전됐는지, 아니면 두가지 모두의 효과 때문인지 아직 알 수 없다"면서 "줄기세포의 효과가 입증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수술도 안해 보고 떠들지는 말았으면 한다"며 효과에 의문을 표시하는 의사들을 향해 일침을 놓았다.
■ 서울대병원 신경과 노재규 교수
서울대의대 신경과 노재규 교수는 지난 3년반 동안 축적해왔던 동물실험 노하우를 바탕으로, 이르면 2월중 뇌졸중 환자를 대상으로 뇌혈관 내 줄기세포 이식 임상시험을 실시할 예정이다. "아직 문헌 상에 나오지 않아서 그렇지 아마 많은 나라에서 뇌혈관 내 줄기세포 이식을 준비하고 있을 것입니다. 동물실험에서 우리나라도 상당히 앞서나가 있는 실정인데, 뇌졸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도 경쟁력을 키워 나가야죠. 임상에 쓰지 않으려면 왜 동물실험을 합니까?"
현재 임상시험 계획서를 제출하고 서울대 병원내 임상시험 평가위원회(IRB)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그는 "뇌졸중 환자에게 어떤 줄기세포 이식법이 좋은지 아직까지 확립된 것은 없다"면서 "신경줄기세포를 가지고 뇌졸중에 대한 동물실험을 많이 했고 이 가운데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방법으로 골수줄기세포를 뇌졸중 환자에게 주입해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상자로 뇌경색이 발생한 지 5일 이내 된 환자를 염두에 두고 있다. 뇌졸중이 발생한 지 오래된 환자는 효과가 없을 가능성이 높아 대상자에서 제외할 계획이다. "골수 줄기세포가 뇌로 가서, 뇌신경세포로 분화한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습니다. 골수 줄기세포는 뇌가 손상됐을 경우 자가치료 메커니즘에 의해 그 부위로 몰려드는 성질이 있지요. 그런데 골수 줄기세포가 손상된 뇌조직으로 가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골수를 인위적으로 채취해, 밖으로 꺼내 특수 처리한 다음, 손상된 뇌혈관 속으로 다시 주입하는 방법을 사용할 계획입니다."
노교수는 "골수 줄기세포가 과연 얼마나 많이 움직여 뇌신경세포로 분화할지는 알 수 없다"면서 "원래 골수줄기세포는 뇌신경 쪽으로 가는 세포는 아니지만, 뇌에 이식했을 때 뇌세포로도 분화했다는 동물 실험 보고가 있다"고 말했다. 워낙 골수줄기세포는 혈액성분을 만드는 줄기세포이나, 학자들은 골수줄기세포와 신경줄기세포는 서로 교차되는 영역이 있다고 추측하고 있다. 신경줄기세포를 주입해도 일부는 혈액성분으로 바뀔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임상시험을 통해 먼저 안전성에 대한 평가부터 할 계획이다. "안전성이 확보된 뒤 대규모로 환자를 모아 유효성 여부를 검증할 것입니다. 물론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니까, 안전성 평가도 하는 것이죠."
골수줄기세포는 환자의 동맥내로 주입할 계획이다. "동물실험에서 신경줄기세포를 정맥에 넣어주었더니, 주입했던 양의 10분의 1정도만 뇌로 갔다는 보고가 있어요. 동맥 내로 주입한다면 더 많이 뇌로 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지요. 물론 말초혈액으로 다 빠져나갈 수도 있겠지만…." 그는 환자들이 너무 큰 기대는 갖지 말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용히 기다려 볼 필요가 있습니다."
■ 신촌세브란스병원 소아과 박국인 교수
연세대의대 소아과 박국인 교수는 골수줄기세포보다는 신경줄기세포 연구에 더 열정을 쏟고 있다. 그는 죽은 뇌세포를 살리기 위해선 골수줄기세포보다는 신경줄기세포가 훨씬 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박교수는 "골수 줄기세포의 연구가 지난 30여년간 이루어져 왔다면, 신경줄기세포는 10여년 전부터 학자들이 관심을 갖게 된 분야"라면서 "인간을 포함, 포유동물 이상에서는 한번 뇌 혹은 척수가 손상되면 재생되지 않는다고 알려져 왔으나, 최근 들어 태아는 물론 성인들의 신경계에도 신경줄기세포가 존재하며, 이 신경줄기세포가 계속 증식,분화해 새롭고 다양한 신경세포를 일생을 통해 계속 만들어낸다는 걸 발견하게 됐다"고 말했다.
"신경줄기세포는 골수줄기세포처럼 얻기 쉽지 않다는 점이 문제지? 골수줄기세포는 자기 몸에서 쉽게 뽑아내 자가이식 할 수 있지만, 신경줄기세포를 자기 몸에서 얻으려면 뇌를 뜯어내 체외로 끄집어 내야만 가능합니다. 뇌실(뇌의 중앙부분에 있는 공간)하층이나 해마(기억력 학습능력을 좌우하는 부분)부위 등 특정한 부위에 신경줄기세포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뇌졸중 환자의 신경줄기세포를 얻기 위해 환자의 뇌 깊숙한 부위에 있는 매번 조직을 뜯어내, 배양하다는 것은 큰 수술이 필요로 하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방법이다.
박교수는 "대안으로 사산 혹은 유산된 태아나 사망한 어른의 뇌 신경조직에서 신경줄기세포를 얻어 뇌졸중 환자에게 이식 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면서 "물론 자가이식이 아닌 동종이식이기 때문에 면역거부반응이 있을 수 있지만, 신경계는 타 장기처럼 그리 심각한 면역거부반응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가 뇌졸중 환자에게 골수줄기세포보다는 신경줄기세포를 주입하는게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이유는 신경줄기세포는 본래 신경계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또 훨씬 많은 세포가 신경세포로 분화하며, 설사 분화가 잘 안 된다손 치더라도, 신경세포의 특이적인 성장인자, 보호인자, 뇌기능 촉진인자가 신경줄기세포에서 분비되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아직 구체적인 일정을 잡지는 않았지만, 올해 안으로 뇌종양 척수손상 뇌졸중 뇌종양환자들에게 신경줄기세포를 시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뇌졸중 뿐 아니라, 선천성 퇴행성 신경계질환, 수술 혹은 약물요법으로도 효력이 없는 악성뇌종양, 뇌의 특정 부위의 신경세포가 파괴되는 헌팅톤씨 질환, 뇌 혹은 척수의 운동신경세포가 파괴돼 근육이 퇴화돼 사망하는 근위축성 측삭경화증(루게릭병) 환자들에게도 신경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법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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