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평양희생자 유족회 김경석 회장/ "한일 양국정부에 보상문제 제기할것"
태평양전쟁 한국인희생자유족회 김경석(79·사진) 회장은 18일 "한일협정 문서 공개를 계기로 15개 유족 단체들이 27~28일께 유족단체연합체를 결성, 우리 정부는 물론 일본 정부를 상대로 보상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회장은 "우리 피해자들은 개인보상 등 민사문제를 국가에 위임한 적이 없다"며 "한일협정 자체가 부당한 결과인 만큼 일본 정부도 보상문제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일협정 관련 문서 공개를 이끌어내기까지 대표 원고로 소송에 참여한 김 회장은 이날 강원 춘천시 소양로 자신의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을 중심으로 100여명 이상의 변호사들이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에 공개된 문서는 청구권의 六箚?범위 등 세부적인 내용이 빠져 있는 만큼 진상을 파악할 수 있도록 모든 문서를 공개해야 한다"면서 "태평양전쟁 희생자 유족 단체들의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17세 때인 1943년 고향인 경남 창녕에서 일본 가와사키 제철소로 징용돼 한국인에 대한 조롱과 차별대우에 항의하며 파업을 주도했다. 일본 헌병과 경찰로부터 모진 고문을 당하고 1년 8개월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김 회장은 1991년 일본강관(NKK)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 8년 뒤인 1999년 4월 보상금 410만엔을 받아냈다. 현재 김 회장은 2002년 일본 기업 후지코시를 상대로 낸 ‘여자근로정신대(23명) 피해보상 소송’과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 ‘군인 군속 희생자 보상’ 등 2건의 소송을 진행 중이다.
춘천=곽영승기자 yskwak@hk.co.kr
■ 한일협정 문서공개 변론 최봉태 변호사/ 美日간 조약·日조약해설서 등 근거 들어
한일협정 문서 공개로 졸속 협상의 면면이 낱낱이 드러난 가운데, 문서 공개를 이끈 일제강점하 강제동원피해진상규명위원회 사무국장 최봉태 변호사(43·사진)가 ‘일본에 대한 개인청구권이 없다’는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일본 미쯔비시중공업 한국연락사무소를 상대로 징용 피해자 6명이 부산지법에 제기한 손배 소송과, 서울행정법원에 외교통상부를 상대로 낸 문서공개 소송의 변론을 맡아오며 방대한 자료를 검토했다.
그가 얻은 결론은 "일본을 상대로 한 개인청구권이 인정된다"는 것. 그는 우선 일본 정부가 한일협정과 비슷한 성격의 샌프란시스코 조약에 대해서는 개인청구권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샌프란시스코 조약에는 일본의 원폭 피해자들이 미국에 대해 개인청구권이 없다고 돼 있지만, 일본 정부는 "청구권이 인정된다"고 해석하고 있다. 최 사무국장은 "일본이 피해자일 때는‘개인청구권’을 인정하면서, 가해자로 돌아서서는 한국 피해자들에게 청구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은 이율배반"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1991년 일본 외무성 조약국장이 한일협정 2조3항에 대해‘외교적 보호권’(국제법상 정부가 국민을 대신해 외국을 상대로 대신 소송을 제기해주는 등의 권리)의 소멸만을 뜻한 것으로, 개인청구권은 인정된다고 발언했다"고 지적했다.‘통한의 조항’으로 불리는 2조3항은 ‘한일 양국 국민은 광복일 이전의 재산 권리 이익 등에 대해 상대방 국가나 국민에게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고 돼 있다. 하지만 일본 대장성(현 재무성)이 발행한 ‘일본 조약의 해설서’도 개인청구권은 인정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학계에서도 이를 뒷받침하는 학설이 다수다.
우선 개인의 사유재산권을 국가와 국가 간에 협정으로 무효화할 수 없다는 이론이 대표적이다. 또 피해자들이 일본에 대해 가지는 ‘채권의 종류’에 따라 배상이 충분이 가능하다는 이론도 있다. 산정이 완료된 임금이나 법원에서 손배판결을 받아낸 피해보상금 등 한일협정 체결(1965년) 이전에 산출이 완료된 채권(확정 채권)은 협정결과의 효력이 미친다고 해도, 위안부 피해와 같은 산출이 안된 비확정 채권은 협정의 효력이 미치지 않아 청구권이 있다는 것이다.
최 사무국장은"국가간 협상으로 개인의 재산권이 제한될 수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일본 정부의 피해자에 대한 일체의 자료 공개, 이에 따른 양측 정부의 충분한 입장 표명과 피해자들에 대한 의견 수렴이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산지법에서 일본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결과가 ‘일본에 대한 개인 청구권이 없다’는 주장의 부당성에 힘을 실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진희기자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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