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요즘은 TV마다 죄다 애들 음악뿐이야? 그리고 왜 저렇게 똑 같은 댄스곡과 발라드 밖에 없어?" 이렇게 한번이라도 투덜거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EBS TV로 눈을 돌려보기 바란다. 지금 거기에선 한국의 어느 방송도 하지못한 조용한 음악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EBS 스페이스 공감’. 우리가 기억해야 할 아름다운 TV프로그램의 이름이다. 매주 토, 일요일 밤 10시면 어김없이 멋진 라이브 음악이 우리 곁을 찾아온다. 그 무대의 출연기준은 명성이 아니라 실력이다. ‘라이브’ 뜻 그대로 살아있는, 그리고 왜 음악을 해야 하는가 스스로 존재증명을 할 수 있는 뮤지션들이 거기서 숨쉰다.
거기엔 현란한 댄스도, 버라이어티 쇼도 없다. 오로지 음악뿐이다. 뮤지션 한 명이, 또는 밴드 한 팀이 나와 무대를 끝까지 끌고 나간다. 인생을 걸고 음악하는 자들의 강기(剛氣)가 거기에 있다. 그 프로그램을 보고 있으면 우리나라 대중음악이 얼마나 다채롭고 풍요로운지 새삼 깨닫게 된다. 그 음악적 풍요를 선사하기 위해 제작진은 타성과 안주(安住) 대신 용기와 도전을 선택했다. 10개월째 접어든 그 도전은 이제 음악계에 작지 않은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미 음악마니아들에겐 유명 프로그램이 되어버린 ‘공감’은 인기 개그프로그램 이상으로 매번 치열한 방청권 경쟁이 벌어진다.
똑같은 패턴에 무늬만 조금씩 달리해 내놓는, 공장의 대량생산품 같은 음악들만 득세하는 요즘, 이 프로그램은 한줄기 샘물 같은 기쁨을 준다. ‘공감’의 홈페이지로 가면 이런 문구가 크게 걸려 있다. ‘그곳에 가면 진짜 음악이 있다.’ 조금의 과장도 없이 100% 진실이다. ‘공감’은 TV3사를 향해 이렇게 조용히 타이르고 있다. "이봐, 이제 쇼 좀 그만하지, 지겹지도 않아? 우리 진짜 음악 좀 해보자구."
이주엽 음반기획사 JNH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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