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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답십리 ‘아름다운 자장면’/ 배고픈 이 누구나… 행복 한그릇 ‘후루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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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답십리 ‘아름다운 자장면’/ 배고픈 이 누구나… 행복 한그릇 ‘후루룩’

입력
2005.0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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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대문구 답십리 촬영소고개 인근 체육관을 지나 오른쪽으로 조립식 2층 건물이 눈에 띈다. ‘맛도 최고 사랑도 최고 아름다운 자장면’이라는 간판이 걸려 있다.

눈발이 흩날린 18일 낮, 50여평 남짓한 가게로 들어서자 회사원으로 보이는 손님들 사이로 어린이 10여명이 앉아 있다. 2살 터울의 여동생과 함께 온 김모(10)군은 자장면 한 그릇을 나눠 먹은 뒤 카운터에 녹색쿠폰을 냈다. 김군은 "엄마는 일 나가시고 아빠가 밥을 해 주시지만 점심은 굶는 때가 많았다"며 "학교에서 선생님이 나눠 준 쿠폰만 있으면 자장면을 공짜로 먹을 수 있다"고 좋아했다.

‘아름다운 자장면’은 불우한 이웃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는 곳. 동사무소나 학교를 통해 배포한 쿠폰을 결식아동이나 독거노인들이 가져오면 무료로 음식을 제공한다. 매달 인근 주민과 4개 초등학교 결식아동 500~600명이 이 곳에서 점심을 해결한다. 학교급식이 없는 토요일이나 일요일에는 70~80여명이 녹색쿠폰을 내놓는다.

동대문 패션몰에서 의류업을 하는 박종남(39)씨가 지난 5월 1억원을 들여 문을 열었다. 부인 안정옥(38)씨와 박씨의 초등학교 동창 9명이 공동으로 운영한다. 박씨가 ‘아름다운 자장면’ 가게를 낸 건 어렸을 때부터 답십리에서 살아오면서 밥을 굶는 동료와 주민들을 수없이 봐 왔기 때문. 박씨는 단칸 월셋방에서 살 때도 부인과 함께 "형편이 나아지면 끼니 굶는 이웃이라도 돕자"고 다짐했다.

사업이 어느 정도 본궤도에 오른 지난해 어린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자장면이라는 점에 착안, ‘아름다운 자장면’을 차렸다. 박씨는 "자장을 입가에 묻혀 가며 자장면을 먹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때면 그들보다 내가 더 행복하다"고 즐거워하면서 "새벽엔 노인들도 더러 찾고, 밤늦게 오는 아이들도 있어 24시간 문을 열어 놓는다"고 말했다.

운영비를 제외하고 남은 수익금은 장학금, 수술비 등으로 내고 있다. 지난 10월에도 바자회 수익금과 함께 백혈병으로 앓고 있는 김모(13)군에게 병원비를 전달했고, 집세가 없어 쫓겨날 처지였던 독거노인을 도와주기도 했다. 최근에는 한 미용실의 도움을 받아 무료 이발까지 해 주고 있다.

‘2,000원짜리 자장면’이란 소문을 듣고 가게에 들렀던 손님들은 그것이 ‘사랑의 자장면’이란 것을 알고는 양말, 헌옷, 참기름, 밀가루 등을 몰래 놓고 가기도 한다. 택시운전기사 이만철(54)씨는 "두달 전 지나던 길에 우연히 들렀다가 1주일에 2~3번씩 이 곳을 찾는다"며 "값도 싸고 맛도 좋고 어려운 사람들도 도울 수 있어 일석삼조"라고 말했다.

안형영기자ahnhy@hk.co.kr

김회경기자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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