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지역(North East Asia Region)의 영문 첫 자를 따면 NEAR가 된다. "Near is beautiful"이라 하면 가까운 것이 아름답다는 뜻도 되고 동북아가 아름답다는 뜻도 된다. 이 말은 오늘의 동북아상황에서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현대일본 속에 여전히 흐르고 있는 탈아론적 사고에 대해 비판적인 아시아연대적 의미가 있는가 하면 미국의 동북아 분할통치적 정책에 대한 동북아의 주체적 협력논리도 된다. 이웃나라와의 좋은 관계가 경쟁력의 원천이 되는 지역통합시대에 가까운 이웃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을 촉구하고 강조하는 의미도 된다.
우리 정부가 동북아 중심국가, 혹은 동북아시대를 표방한 지 2년이 되지만 별로 성과가 없는 상황에서 최근 매우 고무적일 일이 생겼다. 1996년에 동북아 지방자치단체연합(NEAR??이 생겼는데, 회원수가 늘어 6개국 42개 지자체가 참여하는 거대조직으로 확대됐다. 지난해 10월 중국 하얼빈에서 열린 제 5회 총회에서는 상설 사무국을 한국의 경북에 두기로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Europe of Regions’ 혹은 ‘Europe of Locals’라는 말을 듣고 어리둥절한 적이 있다.
국가가 모여 유럽이 된 게 아니라, 지역 또는 지방이 모여 유럽이 됐다는 뜻이었다. 국가 대 국가의 관계는 안보, 역사, 이데올로기 문제 등이 얽혀 간단히 움직이기 어렵다. 그러나 지자체는 비교적 경쾌하게 움직여 협력과 교류를 확대할 수 있다. 동·서독 분단시대 활발한 지자체 간 교류협력이 통일의 밑거름이 된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NEAR연합 상설사무국 유치에 북한의 두 지자체도 적극 지원한 점도 눈 여겨 볼 일이다.
동북아에서도 국가 간 교류에 선행, 혹은 병행해 지방 간 교류협력이 빠른 속도로 이루어져왔다. 국가 대 국가의 동북아라는 경로와 함께 지방 대 지방의 동북아라는 경로를 강화하는 이중 경로전략이 필요하다. 둘은 서로 보완적 관계이나, 현재 상황에서는 오히려 후자가 전략적으로 더 중요하다.
정부는 안으로는 지방분권, 밖으로는 동북아의 허브를 표방해왔다. 두 가지를 종합하면 동북아 지방자치단체연합-분권형 동북아공동체의 길이다. 연합 상설사무국 유치로 이 경로의 주도권을 쥘 수 있는 결정적 계기를 맞은 것이다. 정부 동북아구상의 한계를 극복하는 새로운 돌파구의 하나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NEAR연합의 창설회원인 경북은 1996년 경주에서의 첫 회의 때 동북아의 주요 오피니언 리더들을 모아 ‘동북아의 지방 간 교류협력시스템’이라는 국제학술회의를 열어 비전의 공유를 시도했다. 그 때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로렌스 클라인 박사는 "지방 간 교류협력을 통하는 것이 동북아공동체 건설의 아마도 최상의, 혹은 유일한 접근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의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 정부는 적극적 지원을 통해 지자체 간 교류협력시스템 구축이라는 형태의 동북아통합 주도권을 잡을 기회를 최대한 살려야 할 것이다. 아울러 지자체들은 참여지자체의 수를 더 늘리고, 연구센터 설립과 동북아 지자체연합대학 설치 등을 추진해 봄 직하다. 동북아 신시대는 이런 경로로도 열릴 수 있는 것이다. 동북아 지자체연합과 그 확대, 강화를 통한 동북아 공동체의 길은 새로운 가능성이다.
김영호 경북21세기위원장 전 산자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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