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킬러의 괴력을 유감없이 보여준 한판이었다.
박성화 감독이 이끄는 한국 청소년(20세 이하) 대표팀은 18일(한국시각) 새벽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2005 카타르 8개국 초청 청소년축구대회’ B조 2차전 우크라이나와의 경기에서 스트라이커 박주영(20·고려대)의 해트트릭에 힘입어 3-2로 승리했다. 이로써 한국은 중국을 물리친 노르웨이와 함께 2승을 기록, 남은 경기에 관계없이 4강에 진출했다.
박주영의 원맨쇼나 다름이 없었다. 신영록(수원)-한동원(FC서울)의 최전방 투톱을 받치는 처진 스트라이커로 그라운드에 나선 박주영은 플레이메이커 몫까지 훌륭하게 소화하며 공격을 주도했다. 박주영은 전반 25분 달려 나오는 상대 골키퍼의 키를 넘기는 재치있는 로빙 슛으로 선취골을 신고하며 기세를 올렸다. 하지?한국은 2분 뒤 우크라이나의 네브미바카에게 동점 헤딩골을 내주면서 수비조직력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어 전반 30분 수비수들의 혼란을 틈타 2선에서 침투한 상대 피브넨코에게 역전골을 허용했다.
하지만 승부사 박주영의 진가는 후반에서 더 빛났다. 박주영은 후반 12분 왼쪽 측면을 돌파한 안태은(조선대)의 날카로운 크로스를 골지역 중앙에서 달려들며 헤딩슛,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우크라이나 수비수들은 한국의 패스가 박주영으로 집중되자 이를 막기에 급급했다. 박주영은 후반 38분 오른쪽 측면을 파고든 박종진이 골지역 중앙으로 올린 크로스를 오른발 논스톱 슛으로 연결,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박주영은 골을 넣은 것 이외에도 상대 수비라인을 위협하는 날카로운 패스를 수 차례 찔러 넣었고, 수비에도 가담해 몸싸움을 아끼지 않는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한국은 20일 오전 0시 노르웨이와 B조 마지막 경기를 갖는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 네티즌 "박주영을 국가대표로" 도배
‘원더보이’ 박주영이 무시무시한(?) 골잡이로 확인됨에 따라 박주영이 국가대표팀에 합류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은 박주영에 대해 "바람 불면 후 날아갈 것 같아서 파워 있는 유럽 선수들을 상대하기에는 무리"라며 대표팀 합류에 일단 제동을 걸어둔 상태.
많은 축구팬들은 박주영이 지난해 아시아선수권 득점왕에 이어 카타르 친선대회 조별 예선에서 5골(2경기)을 뽑아내는 킬러 감각을 선보인 만큼 고질적인 골결정력 부재에 시달리는 국가대표팀에 그를 합류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성인대표팀에서 뛰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박주영의 성인대표팀 합류에 난색을 표시하는 측은 본프레레 감독과 강신우 기술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위시한 전문가 그룹.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본프레레호의 전지훈련을 지원하고 있는 강신우 부위원장은 18일 "박주영은 청소년대표팀에서 정말 뛰어난 골게터로 골결정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칭찬했다. 하지만 "대표팀에 합류하려면 검증이 더 필요하며 지금은 세계청소년대회에 전력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박주영이 가냘픈 몸매로 몸싸움에 약한 단점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축구협회 게시판에 글을 올린 네티즌 ZXCV9161은 "골결정력에 관한 한 최고이며 센스와 위치선정, 스피드 모두 나무랄 데 없다"며 박주영의 대표팀 합류를 적극 지지했다. 게시판의 절반 이상이 박주영의 대표팀 합류를 찬성하는 이유는 유연하고 정확한 플레이와 세계 최고 수준의 킬러본능을 지닌 박주영의 모습을 하루 빨리 대표팀에서 보게 되기를 희망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반면 신중론도 적지 않다. 네티즌 1000sr은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청소년대표팀, 국가대표팀을 왔다갔다하며 혹사시켜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여동은기자 deyuh@hk.co.kr
● 박주영은 누구
아시아는 좁다. 이제는 세계무대다.
18일 우크라이나와의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작성한 박주영은 지난해 아시아청소년선수권 우승을 이끌면서 득점왕과 MVP까지 싹쓸이한 차세대 킬러다.
아시아선수권이 박주영의 존재를 알리는 무대였다면, 이번 대회는 국제무대를 향해 한 단계 도약하는 발판이 될 전망이다. 조별 예선 두 경기에서만 5골을 터트린 박주영은 2개 대회 연속 득점왕과 함께 MVP 후보로 떠올랐다. 이날 경기는 박주영의 개인기는 물론 골결정력과 순간 판단력을 한눈에 보여준 종합판이었다. 박주영은 182㎝ 70㎏의 탄탄한 체격에 부드러운 볼 컨트롤과 드리블, 패싱력, 정확한 슈팅에 지능적인 플레이까지 축구선수가 갖추어야 할 능력을 고루 갖췄다는 극찬을 받고 있다.
대구 청구고 시절 박주영은 33경기에 출전, 47골(경기당 1.42골)을 성공시켜 일찌감치 한국 축구의 차세대 골게터로 주목을 받았다. 특히 2003년에는 2,3명의 집중마크를 받으면서도 4개 대회의 득점왕을 휩쓰는 기염을 토했다. 고교 1년 때 브라질 지코 클럽에서 1년간 유학한 것이 축구에 눈을 뜬 계기가 됐다.
18살 때 박성화 감독의 눈에 띄어 처음 태극마크를 단 박주영의 특기는 물 흐르는 듯한 드리블. 일명 ‘박주영표 드리블’의 비결은 비록 100m 달리기는 그리 빠르지 않지만 공을 몰고 달릴 때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겠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다.
지네딘 지단(레알 마드리드)의 드리블과 티에리 앙리(아스날)의 골결정력을 닮고 싶다는 박주영은 이제 6월로 다가온 세계선수권대회라는 마지막 시험무대를 남겨 놓고 있다.
여동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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