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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과 실용… 與野 ‘중도’로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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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과 실용… 與野 ‘중도’로 모인다

입력
2005.0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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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진적 진보와 수구적 보수 양 극단의 이념에서 벗어나려는 여야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여당은 여당 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상대에 대한 부정과 극한 대결을 불렀던 강경노선을 반성하며 중도·실용을 지향하는 추세가 뚜렷하다. 내부 저항은 남아 있으나, 민생안정과 국민통합을 바라는 여론의 흐름을 탄 이런 변화는 이미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정치권의 큰 물줄기가 중도와 상생으로 수렴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차기 대선과 총선에서 살아 남기 위한 여야의 생존전략이기도 하다. 최근 열린우리당에서 386 강경파의 퇴조와 함께 문희상, 정세균 의원 등 이념색깔이 엷은 실용파 중진들이 유력한 차기 의장과 원내대표 후보로 떠오른 것은 커다란 변화다. 한나라당에서도 새해 들어 중도 보수를 표방하는 세력의 약진이 두드러진 가운데 영남 보수파가 갈수록 수세에 몰리고 있어 보수 편향을 보였던 당 노선의 수정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많다.

■ 열린우리당/ "경제와 통합"… 개혁은 末席

열린우리당에 중도·실용 노선이 득세하고 있다. 지난해 4대 법안을 놓고 야당과 극한 대치했던 모습에서 벗어나 중도를 향해 오른쪽으로 옮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세를 이룬 양상이다. 경제가 바닥인 상황에서 이념대결을 되풀이할 경우 당의 미래가 없을 것이라는 공감대가 그 배경이다.

이 같은 변화는 18일 임채정 의장의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임 의장은 ‘선진사회협약’ 체결을 제안하면서 이를 토대로 사회통합과 경제회생이라는 과제를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갈등요소를 제거함으로써 경제회생에 올인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개혁 또한 4대 국정 중심과제에 포함돼 있으나 경제와 통합, 평화에 이은 말석(末席)을 차지하고 있는 데서 여당의 태도 변화를 읽을 ?있다.

특히 국보법 등 개혁입법의 2월 임시국회 처리 문제에 대해 임 의장이 "의회주의 원칙과 상생의 정신 아래 최선을 다하겠다"며 극히 신중한 입장을 밝힌 것은 "야당과의 갈등을 가급적 피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날 이해찬 총리 주재로 열린 고위당정간담회에서도 참석자들은"경제 회복을 위한 일자리 창출에 당정의 모든 힘을 쏟자"고 입을 모았다.

실용적 정책 통인 정세균 의원이 경선 없이 원내대표로 추대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은 최근 당 기류 변화의 강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차기 당 의장감 역시 대표적 실용파 중진인 문희상 의원이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다. 정 의원은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대립·갈등하기 보다는 당이 힘을 모아 민생 우선으로 가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당내 주요 계파의 좌장급 의원들이 앞 다투어 실용을 강조하는 것도 방향타 역할을 하고 있다. 구 당권파의 이강래 김한길 의원, 친노 직계의 문희상 김혁규 의원, 재야파의 임채정 김부겸 의원 등이 그들이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지난 연말 국보법 폐지를 요구하며 농성 했던 소장 강경파 의원들도 "당분간은 강한 주장을 자제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 불안요인도 있다. 선명한 개혁을 외치는 그룹들의 파괴력을 여전히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장 4월2일 전당대회에서 개혁당파와 재야파 내 강경그룹이 최근 당의 흐름에 반기를 들 가능성이 다분해 노선 갈등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 한나라당/ "강경은 안먹혀… 중도보수로"

한나라당 내에서 "중원(中原)으로 가자"는 목소리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극단적인 보수에 머물러서는 한나라당의 미래가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지난 연말 국회 대치과정에서 한나라당이 보여준 강경일변도의 모습이 국민 요구나 시대 흐름과 괴리됐다는 반성에 기인하고 있다.

최근 쏟아져 나온 주장들은 의미심장하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16일 아프리카에서 귀국하자 마자"개혁적 중도보수를 지향해야 한다"고 천명했다. 남경필 원희룡 정병국 의원 등 소장파는 17일 "지난 연말의 극한 대립과 갈등, 몸싸움은 이제 없어져야 한다"며 뒤를 받쳤다. 소장파는 비주류의 한 축인 국가발전전략연구회(발전연)와도 적극적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 홍준표 이재오 김문수 의원이 중심인 발전연도 개혁적 보수를 지향해 왔다.

그간 숨죽이고 있던 국민생각도 17, 18일 제주도 세미나를 통해 "중도보수 세력이 당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선언했다. 회장인 맹형규 의원은 "수구꼴통으로 통하는 세력이나 지나치게 튀는 젊은 소장파 의원들이 대선승리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앞으로 중도세력이 목소리를 내겠다"고 말했다.

영남 보수파의 모임인 자유포럼을 제외하곤 당내 여러 세력들이 중도·개혁적 보수로 모이고 있는 것이다.

이제 시선은 박근혜 대표에 쏠리고 있다. 박 대표는 지난 연말 강경 노선을 고수, 우경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하지만 박 대표도 대세를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중도 보수를 제창하는 김무성 사무총장의 지도부 가세도 변화에 힘을 싣고 있다. 김 총장은 당직을 맞자마자 "한나라당도 좌우 극단을 걷어내야 한다" "박 대표가 변해야 희망이 있다"는 뼈있는 언급을 했다. 박 대표는 19일 연두기자회견에 이런 요구를 담아 ‘무(無)정쟁, 민생 매진’등을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어느 사이에 김용갑 이방호 의원 등 강경보수파들이 왜소해지고 있다. 그러나 중원으로 가는 길이 순탄하지만은 않다. 2월 초로 예정된 의원연찬회에서 격렬한 노선 투쟁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이어 2월 임시국회에서 국보법 논의가 어떻게 전개되느냐도 중요하다. 강경 대치국면이 재연된다면 중원 이동의 흐름이 끊어질 수도 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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