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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1등 모범생 생활고에 절도범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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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1등 모범생 생활고에 절도범 전락

입력
2005.0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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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서울 서초경찰서 강력계 사무실. 슈퍼마켓에서 라면을 훔친 혐의로 조사를 받던 유모(19)양은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창백한 얼굴에 몸이 무척 야윈 유양은 자타가 공인하는 모범생이었다.

유양은 경기 수원시 A여고에서 항상 전교 1등을 하며 의대 진학을 꿈꿔 온 수재였다. 그러던 유양이 재작년(고2) 학교를 자퇴하고 독학을 결심한 것은 막노동을 하는 아버지와 식당 일을 다니는 어머니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 고입 준비에 열중하고 있는 두 살 터울의 남동생이 좀 더 편안히 공부를 하도록 해 주기 위해서였다.

유양은 그해 가을 고졸자격 검정고시에 무난히 합격했고, 이후 1년여 동안 대학수학능력시험 준비에 매달렸다. 그러나 너무 긴장한 탓인지 지난해 치른 수능 성적은 평소 바라던 의대에 진학하기에는 다소 모자란 점수였다. 유양의 재능을 안타까워 한 부모는 어떻게 해서라도 학비를 대 줄 테니 재수를 하라고 했다. 그러나 고교에 진학하는 남동생의 교육비까지 생각하면 계속 부모님에게 기댈 수 없었다.

지난 9일 유양은 서울에서 입시학원을 다니겠다며 부모님께 학원비만 달랑 받아 무작정 상경했다. 변두리 고시원의 구석방을 싼 값에 빌려 독학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먹을 것이 마련되지 않은 유양에게 서울 생활은 힘들기만 했다. 한두 번씩 끼니를 거르는 때가 잦아졌다. 상경한 지 1주일 만인 16일 일요일 오후, 아침과 점심을 거푸 건너뛴 유양은 고시원 인근 슈퍼마켓 앞 길가에 놓인 라면 박스를 보는 순간 이성을 잃었다. "라면 박스를 집어드는 순간 이래선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이미 늦었다. 나보다 더 배고픈 결식아동들도 많은데…, 그래도 처지가 나은 내가 생각이 너무 짧았다"며 눈물을 흘렸다.

경찰은 전과가 없는 유양의 딱한 처지를 감안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검찰에 품의했다.

전성철기자 foryou@hk.co.kr

박상진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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