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의 열기가 거래소에 옮겨 붙으면서 17일 거래소와 코스닥 종합지수는 나란히 17포인트 폭등했다.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거래소 종합지수는 ‘삼성전자 효과’로 정보기술(IT)주와 증권주에 외국인 매수세가 몰리면서 화려하게 부활하는 모습이다. 올들어 IT기업의 실적을 우려하며 비관론을 펼치던 증시 전문가들도 슬며시 낙관론으로 돌아서고 있다. 하지만 이틀 동안 무려 40포인트 가까이 폭등한 데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거래소 지수가 8개월 만에 900선을 돌파한 것은 단연 삼성전자의 힘이다. 지난해 8월 이후 상승세를 주도한 것은 포스코 SK 등 소재주였고, 11월부터는 한국전력 등 원화강세 수혜주가 주목 받았다. 이 기간 삼성전자는 줄곧 40만원대 초반에서 맴돌았으며, 지난달 13일에는 장중 40만원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전체 시가총액의 18%나 되는 삼성전자가 랠리에서 소외되다 보니 지수 900선은 고사하고 890선도 넘지 못한 채 주저앉은 적이 여러 번이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14일 시장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발표하고 올해 디스플레이 및 휴대폰 부문의 조기 회복세를 자신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기다렸다는 듯 ‘삼성전자 사자’에 나섰다. 결국 삼성전자뿐 아니라 LG필립스LCD와 LG전자, 하이닉스 등이 이날 6~14% 급등하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새해 들어 거래소 시장의 대안 역할을 해온 코스닥의 기세도 주목할 만하다. 줄기세포 생명공학 등 단기 테마주의 상승세가 꾸준한 가운데 17일에는 IT 부품·장비주도 크게 올랐다. 이날 지수는 지난해 5월 4일(458.8)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지수 상승률(4.12%)과 상승폭(17.64포인트)도 지난해 4월 29일 이후 가장 높았다. 상한가 종목 수는 무려 181개로, 2001년 1월 30일(218개) 이후 4년 만에 가장 많았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코스닥시장의 상승은 단순한 거래소의 대안 차원이 아니라 자체의 힘으로 움직이는 것"이라며 "코스닥은 앞으로도 거래소 시장의 등락과 무관하게 상승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양 시장의 랠리가 지금처럼 강한 기세는 아니더라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증권은 "삼성전자 실적을 우려해 투자를 망설이던 외국인의 자세가 중립 이상으로 호전됐고, 실적 둔화에 따른 경계 매물을 저가 매수의 기회로 활용하는 역발상의 시각이 투자분위기를 좋게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신증권도 "지수가 900선에 안착하는 것은 물론, 지수 4자리 시대의 개막을 위한 출발점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보증권 김정표 부장은 "투자 심리와 수급 여건이 좋아 급격한 하락은 제한될 것으로 보이지만, 지난해 고점이 얼마 안 남았고 상승 속도가 너무 빨라 어느 정도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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