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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희망을 쏜다] (4) 격투기 최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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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희망을 쏜다] (4) 격투기 최무배

입력
2005.0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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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기 무대에서 5연승을 거둬 올해는 더욱 강한 선수들을 상대해야 할 것 같습니다. 꼭 이겨 우리 국민에게 희망을 선사하고 싶습니다."

‘부산중전차’ 최무배(35)는 요즘 한창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지난해 일본 프라이드FC 무대에 태극기를 휘날리며 입장해 세계 각국의 격투사들을 연파하고 한국 ‘쌈짱’의 자존심을 곧추 세웠기 때문. 특히 그는 지난해 12월 31일 일본에서 열린 ‘프라이드FC 남제(男祭) 2004’에서 키 230㎝, 몸무게 238㎏의 거인 자이언트 실바(41·브라질)를 상대로 팔삼각조르기(암 트라이앵글 초크·양손으로 상대의 목을 삼각형 형태로 졸라 혼절시키는 기술)를 걸어 1라운드 6분만에 기권승을 따내 국내외 팬들을 열광시켰다. 지난해 2월 일본 원정에 나선 그는 프라이드FC에서 네 번 이긴 痼?포함해 5연승 행진을 하고 있다.

서울 역삼동 최무배 레슬링 도장에서 만난 그는 거구(190㎝· 100㎏)의 격투사에 어울리지 않다 싶을 정도로 달변이었다. 외모도 TV화면보다 미끈했다. "운동선수가 무식하다는 말이 듣기 싫어 체육고 졸업후 일반대(부산 동아대) 체육학과 대학원에 다녔고 틈이 나는 대로 책도 많이 읽었죠. "

그는 ‘프라이드 남제 2004’ 대회이후 훌쩍 솟구친 인기에 자신도 놀라곤 한다. "이전에는 격투기 웹진 정도가 관심을 보였으나 이제는 후원자(ARS 솔루션업체 홍원)도 생겨나고 일간지와 공중파 방송의 인터뷰도 쇄도하고 있습니다. 이럴 때 일수록 여기서 끝나지 않고 앞으로 더욱 열심히 잘해야겠다고 다짐하곤 합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시합은 지난해 10월 호주의 강자 소아 펄렐레이(27)와의 대전. 그는 1라운드 내내 몰매를 맞았고 2라운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는 혼수상태에서도 찾아온 기회를 번개처럼 낚아챘다. 펄렐레이에 주특기인 뒤에서 목조르기(리어 내이키드 초크·상대의 뒤에서 목 조르기)를 전광석화처럼 걸어 대역전승을 이끌어냈다. "그 때 200대 정도 맞은 것 같아요. 그 중에 30대는 정타였구요. 다른 선수 같으면 일찌감치 KO 당했을 겁니다. 주변에서는 격투사로 타고났다고 하더군요." 그의 별명 ‘부산중전차’도 펄렐레이와의 경기후 확실히 굳어졌다. 밀고 들어가며 돌진하고 왠 만큼 맞아도 쓰러지지 않아 일본팬들이 붙여준 이름이다. 최무배는 1986년 부산체고 1학년 때 레슬링을 시작했다. 그 전까지는 운동을 좋아했지만 화가가 되고 싶은 평범한 학생이었다. 그런데 부모가 화가보다 운동선수가 났다며 부산체고로 전학을 시켰고, 그것도 괜찮겠다 싶어 쉽게 뜻에 따랐다. 레슬링을 시작한지 4년만에 그레코로만형 헤비급 국가대표로 선발돼 90년 중국 베이징 아시안게임·아시아선수권 대회에서 동메달을 땄다. 97년 레슬링 선수 생활을 접었지만 레슬링과 인연을 완전히 끊을 수 없었다. "우리나라의 월드컵 4강 신화를 지켜보고 거기서 새로운 희망을 봤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레슬링을 가르치기로 하고 2003년 10월 국내 처음으로 레슬링 전문 체육관을 차렸습니다."

그는 제자들의 종합격투기 시합을 주선하고 심판을 보다가 일본 프로모터의 눈에 띄었고 34살에 프라이드 링에 올랐다. 그는 격투기 선수로 이름을 날리고 있지만 여전히 레슬링에 대한 애정이 넘쳤다. 목표를 물으니 "미국이나 유럽처럼 엄마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레슬링을 배우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다"며 레슬링의 생활체육화를 강조했다. 레슬링 교실을 연 것도 태권도처럼 레슬링이 대중화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작했다.

"다음 경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어요. 프라이드는 이긴 선수에게 더 강한 상대를 붙이는 만큼 다음 상대는 정말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두렵지 않습니다. 최고의 성적을 내 후배들의 귀감이 되는 것이 저의 목표이니까요."

김혁기자 hyuk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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