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접대비, 기밀비, 소모품 비용 등의 사용 내역이 적힌 SK텔레콤의 금전출납부가 외부 감사인에 의해 일년 내내 점검된다. SK텔레콤이 국내 대기업 가운데 최초로 ‘상시 감사 체계’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상시 감사는 대개 주식회사의 결산 내용만 심사하던 외부 감사인(회계법인)이 회사 내에 상주하면서 모든 회계 과정을 감독하는 제도다. SK텔레콤의 결정은 미국 증시의 회계 기준 강화와 경영 투명성 제고 압박에 따른 조치라는 분석이지만, 분식회계와 비자금 파문으로 얼룩진 국내 대기업들의 기존 회계 관행에 적지않은 파급 효과를 낳을 전망이다.
SK텔레콤은 17일 서울 을지로2가 본사 사옥 30층에 국제 회의시설을 갖춘 전용 감사실을 마련, 외부 회계법인에 자사의 회계시스템(ERP)을 모두 공개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외부 감사인에게 회사 살림을 속속들이 공개하는 것은 국내 대기업 가운데 SK텔레콤이 처음"이라며 "국제적 수준의 회계 투명성을 대내외에 확인하게 됐다는데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의 회계감사를 맡은 하나회계법인은 SK텔레콤의 사무용품, 소모품 비용은 물론이고 직원 인건비나 대외 접대비, 회사 기밀 업무에 쓰이는 기밀비까지 모든 비용의 청구 및 지출 내역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하나회계법인 김점표 상무는 "미국의 ‘살베인-옥슬리 기업개혁법’(Sarbanes-Oxley Act)에 따라 미국 증시에 상장된 법인은 한층 강화한 회계 투명성을 요구 받고 있다"며 "SK텔레콤의 이번 조치는 이 같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 증시에 상장된 국내 기업은 SK텔레콤 외에 포스코, 한전, 국민은행, KT 등 12개사로, 이들 기업은 올해 말까지 나름대로 회계 투명화 조치를 취해야 한다.
SK텔레콤의 외부 감사에 의한 실시간 회계 감사 결정에 대해 업계 일각에서는 "SK텔레콤이 지난해 그룹의 불법 비자금 파문으로 곤욕을 치르면서 다른 계열사와 차별화한 클린경영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파격적인 결정을 내린 것 같다"고 분석했다.
특히 연간 2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이윤을 내는 만큼 자금과 관련한 각종 외압에 시달릴 가능성도 없지 않아 아예 고강도의 회계 투명성을 확보해 잡음이 발생할 여지를 차단하는 ‘고육책’을 냈다는 해석도 있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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