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브로드웨이 42번가에 새로운 얼굴이 등장했다. 브로드웨이 극장 중 가장 큰 포드 센터 (Ford Center for the Performing Arts)의 이름이 힐튼 시어터 (Hilton Theatre)로 바뀌게 된 것. 2일 막을 내린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42nd Street)와 함께 포드 센터의 간판도 함께 내려 갔고, 앞으로 10년간 힐튼 시어터라 불리게 됐다.
90년대 뉴욕시에서 주도한 ‘새로운 42번가 프로젝트’와 함께 탄생한 포드 센터는 98년 뮤지컬 ‘래그타임’ (Ragtime)을 무대에 올리며 화려한 개관신고를 한 뒤,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Jesus Christ Superstar), ‘42번가’ 등을 선보였다. 이 극장 소유주인 클리어채널 엔터테인먼트는 무대공연업계 최대 규모의 제작사이자 마케팅 회사이고, 이번에 극장이름 사용권을 사들인 힐튼은 전세계적으로 2,200여 개의 호텔을 소유하거나 운영하고 있는 기업이다. 힐튼은 이미 미국 내 여러 곳에 공연장을 소유하거나 극장이름을 쓰고 있는데 이번에 뉴욕 심장부에 진출하면서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공연장이나 미술관 등을 소유하는 것은 오래된 일. 여기에 최근 10년 사이 야구장이나 풋볼스타디움 등 기업이 소유, 운영하기에 덩치가 큰 운동장이나 체육관을 돈을 받고 이름만 빌려주는 것이 유행을 타면서 하루아침에 여기저기 간판이 바뀌는 일이 빈번히 발생했다.
이같은 현상은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건물 소유주들에게는 운영자금 확보를 제공하고 기업은 각종 미디어에 자연스럽게 노출되는 공연장이나 운동장의 이름을 소유함으로 광고효과와 문화, 스포츠에 간접적인 지원을 통해 기업이윤의 사회환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꼴이 됐다.
현재 상당수 브로드웨이와 오프 브로드웨이 극장들이 이름을 바꾸는 것을 주저하지 않고 있는데 규모가 200~300석의 경우 50만 달러를 주면 5년간 원하는 이름으로 극장 이름을 바꿀 수 있다. 간판을 팔아 재원을 만드는 극장. 별게 다 부럽게 느껴지는 것은 나만이 아닐 것이다.
브로드웨이 오버시스 매니지먼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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