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예술의전당이 제작하는 오페라는 모두 세 편, 베르디의 ‘가면무도회’와 푸치니의 ‘라보엠’, 조르다노의 ‘안드레아 셰니에’이다. 그중 첫 작품인 ‘가면무도회’가 25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막을 올린다. 2001년 이소영 연출로 선보였던 공연의 리바이벌이다. 그러나 단순한 재탕은 아니다. 일 욕심 많고 깐깐하기로 악명(?) 높은 연출가 이소영(42)이 업그레이드 된 무대를 내놓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고, 최고의 가수들과 지휘자가 참여해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예술의전당이 만드는 오페라는 완성도나 관객 호응 면에서 국내 최고 수준을 지키고 있다. 특히 ‘이소영 표’ 오페라는 예술의전당과 작업한 ‘라보엠’(1998년 초연, 1999년 리바이벌)과 ‘토스카’(2000년), 국립오페라단의 ‘마농 레스코’(2000) 등에서 세련되고 치밀한 감각을 과시, 연출가 이름이 곧 오페라의 품질을 보증하는 ‘연출가 브랜드’ 시대를 열고 있다.
‘가면무도회’는 ‘테너의 오페라’로 유명하다. 여주인공 중심인 대부분의 오페라와 달리 주요 아리아의 절반이 테너의 것일 만큼 테너의 비중이 큰데다 극중 성격도 매우 고상하고 멋있어서 테너들이 가장 선망하는 역이다. 이 작품의 남자 주인공 리카르도는 이룰 수 없는 사랑과 정치적 음모의 희생자이면서 끝까지 명예롭게 사랑과 우정을 지키고 적들조차 용서하는 고결한 인물이다. 보스턴 총독 리카르도는 가장 충직한 신하이자 친구인 레나토의 아내 아멜리아를 사랑한다. 이 금지된 사랑을 알게 된 레나토의 분노는 가면무도회에서 리카르도를 칼로 찌르고, 리카르도는 아멜리아의 결백과 레나토의 사면을 선언하고 숨을 거둔다.
이번 무대의 리카르도는 체자레 카타니와 정의근이 번갈아 맡는다. 카타니는 1996년 이탈리아의 부세토 베르디 콩쿠르에서 그 해 최고의 테너에게 주어지는 마르체티 상을 받았고, 리카르도 무티가 지휘하는 라 스칼라 무대에서 화려하게 데뷔했다. 지난해 정명훈이 지휘한 국립오페라단의 ‘카르멘’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줬던 정의근은 2001/2002 시즌 독일 오페라 전문지 ‘오퍼른벨트’에서 ‘올해의 테너’로 선정됐을 만큼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아멜리아 역의 소프라노 조경화·가브리엘라 모리지, 레나토 역의 바리톤 강형규·김영주까지, 연출가 이소영은 이번 공연의 가수들이 최상의 캐스팅이라고 자부한다. 지휘자 오타비오 마리노(27)에 대해서도 ‘악보를 몽땅 외워서 지휘하고, 베르디 음악의 최대치를 끌어내는 놀라운 지휘자’라고 말한다.
리바이벌인 만큼 무대가 어떻게 달라질 것이냐에 관심이 쏠린다. 2001년 초연 때 박동우가 디자인한 무대는 리카르도의 덕성을 상징하는 방사형 빛살의 태양, 운명의 손아귀에 갇힌 주인공들의 운명을 상징하는 거대한 손가락, 위험하고 간절한 사랑을 암시하듯 칼날처럼 뻗어나온 뾰족한 붉은 삼각형의 단 등이 화제가 되었다. 이번에는 3막을 보완한다. 이소영은 "3막 1장 레나토의 방은 온통 순결한 아멜리아와 더없이 충직한 레나토의 성격을 살려 온통 하얗게, 격렬한 증오와 피비린내 나는 살인의 현장인 3막 2장은 온통 붉게 처리해서 극명한 대조를 이룰 것"이라고 설명한다. 공연은 25일부터 29일까지 매일 오후 7시 30분 시작한다. 2만~9만원. (02)580-1300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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