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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 TV 한국어 더빙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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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 TV 한국어 더빙 늘려야

입력
2005.0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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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 가운데 눈이 점점 나빠져서 장애 5등급 판정을 받은 사람이 있다.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지만 꿋꿋하게 잘해 나가고 있다. 그런데 그가 느끼는 불편함이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 하나가 텔레비전에서 한국어 말입힘(더빙)이 점차 사라지고 한글 자막으로 대체되고 있는 점이다.

한국방송에서 토요명화 방영을 중단하고 ‘겨울 연가’를 내보기로 하여 성우와 네티즌들이 항의한 적이 있다. 이는 성우들의 생존권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지만, 그뿐만은 아니다. 눈이 많이 나쁜 사람은 텔레비전 자막을 잘 읽을 수 없다.

눈이 덜 나쁜 나도 안경을 안 끼고 텔레비전을 보거나 다른 일을 하면서 텔레비전을 듣기만 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 때 외국어가 그대로 나오면 대단히 불편하다. 노약자나 약시자 등 글을 빨리 읽지 못하거나 잘 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한국어 더빙을 하지 않고 원어를 그대로 내보내는 것은 또 다른 사회의 벽을 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물론 원어를 들어야 맛이 제대로 난다고 생각하고 또 심지어 외국어 공부를 위하여 원어와 한글 자막을 내보내는 것을 더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이유라면 지상파 방송 아니고도 얼마든지 그 목적을 충족시킬 수 있다. 그런 프로그램들은 다양한 매체에서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어 더빙을 줄이는 더 중요한 이유는 제작비 때문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특히 지상파 방송은 방송의 목적과 대상에서 공공성을 좀더 고려해야 하리라고 본다. 한국어 더빙이 줄어드는 것은 결국 방송에서 한국어 사용이 줄어들고 외국어 사용이 그만큼 늘어난다는 것을 뜻한다.

국내 방송사가 제작한 뉴스나 시사·교양물에서도 외국 사람과의 인터뷰는 외국어 그대로 내보내고 한글 자막처리하며, 심지어 국내 드라마에서도 외국인이 등장하면 외국어를 사용하는 경향이 늘어난다. 그러나 한국어 방송에서는 한국어를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한국어로 말입힙해야 한다.

이런 관심이 생겨 영국 BBC 방송을 눈여겨 보았더니 뉴스 중의 인터뷰 내용도 모두 영어로 더빙처리하고 있었다. 역시 영어와 한국어의 힘의 차이를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다. 눈이 나쁜 소수자들과 한국어라는 약한 언어의 복지를 위하여 텔레비전 방송국에서는 외국어에 대한 한국어 더빙을 늘려 주기 바란다.

김영명 한글문화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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