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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연극 ‘죽도록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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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연극 ‘죽도록 달린다’

입력
2005.0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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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서울 대학로 문예진흥원 예술극장 소극장에서 막을 올린 ‘죽도록 달린다’는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삼총사’에서 이야기의 기본 틀을 빌렸지만, 원작과는 판이하게 다른 내용을 담고 있다.

프랑스 왕비의 시녀 보나쉬를 흠모하는 달타냥이 삼총사의 도움으로 영국에서 목걸이를 되찾아와 왕비가 위기를 넘긴다는 초반 내용은 우리가 아는 ‘삼총사’ 그대로다. 그러나 왕에게서 ‘씨’를 받을 수 없다고 결론 내린 왕비가 달타냥을 유혹해 아들을 낳고, 끝내 등장인물 대부분이 파멸에 이른다는 이야기는 사뭇 충격적으로 원작의 내용을 뒤집는다.

‘죽도록 달린다’는 그러나, 내용보다 더 파격적이고 실험성 강한 형식이 흥미로운 작품이다. 등장인물들이 설렘과 기쁨, 두려움과 상실감에 고동치는 심장박동을 리듬 삼아 마구 달리는 역동적인 모습이 쿵쾅거리는 타악기 소리와 어우러져 객석을 압도한다. 고양이와 아기 울음소리, 빗소리는 목숨을 위협하는 음모에 휩싸이고 더러운 위선에 치를 떠는 인물들의 심리를 효과적으로 묘사한다. 그리고 이들 장치들은 극을 구성하는 청각적 요소를 시각화 하는 동시에, 시각적 요소를 청각화 한다.

삶의 불안함을 상징하는 20도 정도 기울어진 중앙무대를 왕비의 거처와 왕의 집무실로 사용하는 공간구성도 눈길을 끈다. 무대 좌우에 공개 대기실을 만들어 배우들이 휴식을 취하면서도 발구름으로 극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장면과 그네 타기로 무대와 객석의 경계선을 허물어트리려는 시도도 인상적이다. "소리 음악 동작 안무 조명 대사 등 모든 요소들을 병치시켜 효율성을 꾀한 로버트 윌슨의 ‘이미지 연극’개념에 속도감 있는 활동성을 가미, 활동이미지연극이라는 새 영역을 선보이고 싶었다"는 것이 작가 한아름과 연출자 서재형의 의도다.

서재형은 "초당 24장의 화면들이 모여 한 편의 영화를 이루는 것처럼, 장면들에 미세한 변화를 주어 극을 구성하고 싶었다"며 "보통 연극이 보여주지 못했던 것들을 관객에게 전해주려 한다"고 말했다. 관객들은 가슴을 두드리는 음악과 무대위로 땀을 흩뿌리는 배우들의 역동적인 연기에 충분히 흥겨움을 느낄 듯 하지만, 활동이미지연극을 만들어내기 위해 연출가와 작가가 무대 곳곳에 심어놓은 장치들을 어느 정도까지 간파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2월6일까지. (02)765-7890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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