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는 1965년 종결된 한일 수교 협상에서 한국인 피해자 103만2,684명의 보상액으로 미화 3억6,400만달러를 요구했고 이 과정에서 피해 국민들의 개별 청구권을 사실상 대신 활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사실은 외교통상부가 17일 공개한 한일 수교 회담 중 청구권 관련 문서 5권(총 1,200여쪽)을 통해 밝혀졌다.
공개 문서에 따르면 63년 청구권 협상에서 한국 정부는 일제하에서 징병 징용 피해를 당한 생존자(93만81명) 1인당 200달러, 사망자(7만7,603명) 1인당 1,650달러, 부상자(2만5,000명) 1인당 2,000달러 등 모두 3억6,400만달러의 피해보상을 요구했다.
당시 외무부는 내부 문서를 통해 "정부의 대일 청구권에는 피해자 개인들의 개별 청구권도 포함된다"며 "정부는 개인청구권 보유자에게 보상의무를 진다"고 명기했다. 특히 정부는 65년 청구권 협상을 마무리 지으면서 "협정에는 개인청구권도 포함돼 있어 향후 이 권리가 소멸된다"고 일본측과 합의해 사실상 개인청구권을 포기하는 졸속협상을 벌였다.
그러나 정부는 개인 청구권을 활용해 3억달러의 무상자금을 받아냈지만 일제하 징용 징병 피해자의 1%로 추정되는 사망자 8,552명에 한해 1인당 30만원(당시 622달러 상당)씩을 보상하는 등 무상자금으로 조성한 원화의 9.7%인 고작 103억7,000만원을 피해자에게 지급했다.
이로 인해 정부는 국민들의 피해 보상권을 대신 행사, 이들의 대일 청구권을 소멸시켰으면서도 피해자들에 대한 피해 보상을 방기했다는 비판은 물론, 유족과 피해자들의 대량 추가보상 요구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정부는 후속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이번 주중 국무총리실에 ‘한일 수교 회담 문서공개 등 대책기획단’을 설치, 가동하기로 했다.
외교부 한일협정 문서 공개 대책반도 올 광복절 이전에 외교적 논란을 초래하지 않을 범위 내에서 협정관련 문서들을 추가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한편 태평양전쟁희생자 유족회는 이날 일본대사관 앞에서 집회를 갖고 "한일 양국 협상 대상자들이 밀실 야합한 반인도적 부도덕성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한일 양국은 희생자들과 국민 앞에 공개적으로 사죄해야 하며 희생자에 대한 청구권을 재협상하라"고 요구했다. 유족회는 곧 ‘미송환 유해 유가족 정신적 피해배상 청구소송'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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