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만 전북대 교수가 실명 인물비판을 앞세워 화제를 낳았던 계간 ‘인물과 사상’이 17일 통권 33권(사진) 출간을 끝으로 8년 만에 종간했다. 강 교수는 종간호에서 ‘인터넷 시대의 글쓰기’를 특집으로 다루면서 일부에서 참여민주주의의 새로운 장을 연 것으로 평가하는 인터넷 여론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강 교수는 종간사를 대신한 ‘인터넷 시대의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머리말에서 "인터넷은 활자매체의 목을 조르고 있다"며 "‘인물과 사상’은 그런 세상의 변화에 순응(종간을 의미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덧붙여 그는 "그간 내가 한국사회의 어떤 점에 대해 분노했던 건 ‘이념’이니 ‘개혁’이니 하는 기존의 그물로는 포착할 수 없는 것이었다" 며 "내가 옳다고 믿는 게 이른바 ‘개혁’을 지지하는 泳宕?절대 다수의 생각과 충돌할 때엔, 나의 ‘퇴출’만이 유일한 해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나는 노 정권과 그 지지자들이 한나라당에 대해 선악이분법을 구사하는 것을 보고 경악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강 교수는 인터넷 여론의 부작용을 줄줄이 열거했다. 성역 없는 감시·고발의 첨병인 인터넷은 ‘오버’라는 부작용을 낳고 있고, 심할 경우 ‘마녀사냥’이 될 수 있고, 청년층 부자층의 참여가 많기 때문에 ‘불평등 참여’의 장이며, 이는 ‘참여의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터넷은 또 거대한 적을 상대로 약자들이 연대하는 전통적인 방식과는 달리, 대등한 힘을 가진 세력끼리 갈등하며 연대하는 ‘인터넷 패거리’ 문화를 만들어냈다고 비판했다. 또 ‘생각할 시간을 앗아’가는 인터넷에서의 피부 반응적 대응이나, 타협을 통해 민주주의가 더욱 살찐다는 역사적인 경험과는 달리 전략·전술이 숨쉴 공간을 제거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파편화되고 모호한 ‘지적 간이식품 공급자’에 지나지 않는 인터넷은 ‘지식인의 종언’을 현실화하는 마지막 일격이라고 해석했다.
‘인물과 사상’은 제25권까지는 ‘1인 저널리즘’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며 강 교수가 혼자 기획과 편집을 도맡았으나, 제26권부터는 고종석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김진석 인하대 교수를 추가해 3인 편집위원 체제로 운영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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