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을 점령한 TV의 폐해를 지적하며 한편에서는 ‘TV끄기’ 운동이 일고 있지만, TV의 진화는 끝이 없다. ‘손 안의 TV’로 불리는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의 출현으로, TV는 이제 집을 떠나 거리, 달리는 차 안에까지 손을 뻗치며 모든 시·공간을 점령할 태세다. 위성DMB 사업자인 TU미디어가 10일 시험방송에 돌입한 데 이어, 지상파DMB도 13일 사업자 선정을 위한 신청서 접수가 시작돼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했다.
◆ 사업권 따기 불꽃경쟁
방송위원회는 2월14일까지 신청접수를 받아 3월 중순께 지상파 사업자군에서 3개, 비(非)지상파 사업자군에서 3개 등 6개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지상파 사업자군에는 KBS MBC SBS EBS가 각기 출사표를 던져 탈락자 1곳을 가려내는 싸움이 됐다. 눈길을 끄는 것은 EBS의 행보. 당초 KBS 등과 제휴할 것으로 알려졌던 EBS는 차별화한 교육 콘텐츠를 앞세워 독자진출을 선언했다. 판세를 점치기는 아직 이르지만, 일각에서는 KBS와 MBC의 우위 속에서 나머지 한자리를 놓고 SBS와 EBS가 격돌하는 모양새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어 양사의 신경전이 벌써부터 뜨겁다.
비지상파 사업군에서는 무려 9개 컨소시엄이 각축중이다. 중소 기술·장비·콘텐츠업체들이 주축이 된 이들 컨소시엄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세 불리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대기업의 참여가 금지된 상황에서 수백억원의 투자자금을 조달하기란 쉽지 않아 신청마감을 앞두고 컨소시엄간 합종연횡이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 유료화 논란 해법은?
위성DMB에 맞선 지상파DMB의 최대 강점은 ‘공짜’라는 점이다. 위성DMB가 월 1만3,000원 가량의 시청료를 내야 하는 반면, 지상파DMB는 기존 지상파 방송과 같은 ‘보편적 서비스’ 개념에서 출발해 무료로 책정됐다.
그러나 최근 지상파 4사와 KT, KTF, LG텔레콤 등 통신업체가 참여한 ‘지상파DMB 활성화를 위한 7자 협의체’에서 부분 유료화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지하공간까지 ‘언제 어디서나’ 수신이 가능하게 하려면 중계기 확충에 500억원 안팎이 들고 단말기 보급 등 마케팅 비용보전도 필요해 유료화가 불가피하다는 것. 하지만 유료화를 허용할 경우 DMB정책의 근간을 뒤흔들게 돼 시민단체 등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방송위는 ‘무료 원칙’을 고수하고 정보통신부는 ‘부분 유료화’ 검토에 나선 가운데, KBS가 ‘공적재원 투자’를 해법으로 내놓아 눈길을 끈다. 엄민형 KBS DMB추진팀장은 "방송위와 정통부가 각각 방송발전기금과 정보화촉진기금을 지상파DMB 음영지역 해소에 지원하고 사업자들의 적극적인 투자를 끌어내는 것이 바람직한 해법"이라고 말한다.
◆ 사업전망 낙관은 금물
2010년 가입자 규모 지상파DMB 1,140만명, 위성DMB 457만명. 시장 규모 지상파DMB 7,481억원, 위성DMB 6,045억원(2004년 6월 전자통신연구원). DMB에 관한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면서 관련업계는 한껏 들떠있다. 하지만 이처럼 낙관적인 전망치를 현실화 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가장 큰 과제는 작은 휴대용 단말기로 언제 어디서나 찾아볼 만큼 새롭고 매력적인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느냐이다. 같은 시장을 놓고 경쟁하게 될 지상파DMB와 위성DMB 중 어느 쪽이 승자가 될지도 결국 콘텐츠에 달려있다. 그러나 아직은 위성DMB 사업자인 TU미디어조차도 기존 지상파TV 재송신에 목을 매고 있을 정도로, 콘텐츠 개발은 열악한 수준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김국진 박사는 "DMB는 대량생산에 의존한 기존의 매스미디어와 달리 시청자가 원하는 정보를 찾아볼 수 있는 도서관 개념의 퍼스널 미디어"라면서 "단순히 기존방송을 이동 중에도 본다는 개념으로 접근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고 조언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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