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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다시 보는 머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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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다시 보는 머독

입력
2005.0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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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퍼트 머독의 별칭은 ‘언론 황제’ ‘지구의 정보통신부 장관’이다. 그가 소유한 미디어 재벌 뉴스 코퍼레이션은 전 세계의 130여개 신문을 비롯, 52개국에서 벌이는 사업만 780여종이나 된다. 호주에서 출발해 영국 미국 아시아 남미 등지의 세계 미디어 시장을 점유한 그는 "내가 소유한 신문사에서 비행기로 한 시간 이상 떨어진 곳에 가본 적이 없다"고 할 정도다. 자본권력으로 문화권력을 생산하고, 이를 통해 정치적 영향력까지 소유한 머독은 자본과 시장의 수호자이자 그 이해를 관철하고 지키려는 첨병이다.

■·그의 전기(윌리엄 쇼크로스 1992년)에 따르면 머독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를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민주주의를 수호한다는 데 뜻을 같이한 유력 기업가 정치인들이 만든 비밀 국제모임의 주도적 일원이었다. 이 내용에 대해 머독 자신은 구태여 부인한 적이 없다고 한다. 흔히 미디어의 소유와 편집의 분리 독립 등은 머독이 소유한 매체의 경우 순진한 공론에 지나지 않는다. 1970년대 모국 호주에서 그의 신문은 좌파정권을 낙마시키는 데 핵심 역할을 했고, 80년대 자신의 미디어 제국을 동원해 미국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자유시장주의를 앞장서 지지하고 지원했다.

■·영국에서 그가 보수당 마거릿 대처의 오랜 대변자였음은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18년만에 노동당이 집권한 1997년 총선에서 머독의 신문들은 보수당 대신 토니 블레어의 노동당 지지로 돌아선다. 이 선거는 언론이 먼저 돌아서 유권자에 영향을 미친 것인가, 아니면 변화하는 유권자 동향을 언론이 반영한 것인가에 대해 논란을 던졌다. 당시 영국에서는 보수 우파 언론이 진보 좌파 언론을 실제 이상으로 능가하고 있었기 때문에 논란을 더했다. 머독의 신문들만 해도 200년 전통의 보수지 ‘더 타임스’가 중립을 표방했고, 일간 ‘선’지와 주간 ‘뉴스 오브 더 월드’지 등이 노동당 지지를 내세웠다.

■·왜일까. 보수당의 장기 집권 과정에서 권력과 언론 사주 간 관계의 이완이 왔고, 대처 사퇴 이후 집권당 안에서 벌어진 정쟁, 잇단 섹스 부패 스캔들 등이 민심을 움직였다는 분석이 있다. 그런 여론도 언론이 얼마나 조장한 결과인지는 검증할 길이 없다. 그러나 결국 머독이 미디어 비즈니스를 위해 ‘권력의 말’을 갈아탔다는 평가는 정설이다. 새해 각 국의 미디어계가 시끄럽다. 미 대선과정에서 유력 방송인을 매수해 정부의 교육정책을 홍보했다는 파문이 나오고, CBS가 부시의 군 경력관련 오보로 인사개편의 홍역을 치렀다. 또 일본 NHK는 자민당 외압설로 휘청거린다. 정치와 언론의 문제는 한국도 둘째 가라면 서러운 나라다.

조재용 논설위원 jae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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