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31일 대통령 비서실에서는 51만 명의 국민에게 새해 연하장을 보냈고, 3일 만에 1,500여명으로부터 답장을 받았다고 한다. 대통령의 친필 연하장을 받아보는 것은 이제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들게 되었다는 아쉬움도 있지만, 한편으로 인터넷이 우리 삶의 구석구석에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왔는지 실감하게 한다. 인터넷 이용자가 3,000여만명, 초고속 통신망 가입자 수가 1,200여만명에 이르는 우리의 정보화 현황을 고려한다면 당연한 변화로 보인다.
그렇지만, e메일 연하장을 받았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이 연하장은 우편으로 배달되는 인쇄 연하장과 비교해 볼 때 좋은 점도 많이 있기 때문이다. 이 연하장에는 움직임이 표현되는 애니메이션, 인사말을 담고 있는 음성도 함께 보낼 수 있고, 심지어 마우스로 누르기만 하면 즉시 답장도 보낼 수 있는 답장 버튼도 포함되어 있다.
연하장에서의 이러한 큰 변화와는 대조적으로 교육은 여전히 인쇄물 형태의 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교육이나 학습을 생각할 때면 인쇄된 교과서와 필기도구를 연상한다는 것이다. 사실 연하장만큼 그 변화가 체감되지는 않아도 교육에서의 책이나 필기도구도 e러닝으로 변하고 있다.
e러닝에서 ‘e’는 ’electric’을 의미하며, 컴퓨터와 같은 전자적인 매체를 기반으로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e러닝은 간단히 말하자면 전자적인 매체를 통한 학습을 의미하며, 넓게는 이러한 학습이 가능한 환경이나 체제를 포함하기도 한다.
e러닝은 우리 교육의 여러 모습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첫째, 일반적인 학교교육의 모습이 크게 변하고 있다. 이미 학생들은 학교 수업시간에 교재와 필기도구 대신에 화면에 전자펜으로 입력이 가능한 노트북만 사용한다. 수업시간에 학생들은 노트북에 저장된 e러닝 교재뿐만 아니라 무선인터넷을 통해 인터넷에 있는 다양한 e러닝 컨텐츠와 자료를 활용하게 된다. 교과서와 칠판보다는 컴퓨터 화면을 통해 수업내용이 제시되고, 과제가 부여되고, 그 결과가 발표된다.
둘째, 연하장의 내용처럼 학생들이 접하는 교재의 내용 자체가 변하고 있다. e러닝은 인쇄물과는 달리 특정 지식을 다양한 형태로 전달할 수 있다. 최근 인도네시아의 해일에 관한 e러닝 콘텐츠에는 해일 발생 원리에 대한 지진 전문가의 동영상, 인도네시아의 지형, 지역정보, 해일에 대한 언론보도 등과 같은 자료들이 체계적으로 담겨질 수가 있다. 학생들은 그림과 글자뿐만 아니라 소리, 애니메이션, 그리고 동영상 등의 형태로 표현된 ‘e북(book)’ 형태의 자료로 학습하게 된다.
셋째, 단순한 학습 자료가 ‘똑똑한 학습자료’로 대체되고 있다. 인쇄물과는 달리 e러닝 콘텐츠는 학습자에게 적합한 자료가 어떤 것인지, 또 현재 학습을 잘하고 있는지, 틀린 것이 무엇이며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등에 대해 학습자에게 알려줄 수가 있다. 이처럼 e러닝에는 이전의 학습매체와는 달리 교육적인 요소가 통합되어 있기 때문에 교사의 지도없이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자기주도적 학습이 가능하게 된다.
넷째, 수업시간이나 교실을 벗어나 언제, 어디서든지 학습을 할 수 있다. 이미 우리나라에는 e러닝 기반의 원격대학이 17개교가 운영되고 있으며, 대부분의 기업체에서 e러닝으로 연수를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에 많은 수험생들은 EBS에서 제공한 수능강의를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인터넷을 통해 접하였다. ‘유비쿼터스 컴퓨팅’ 시대에는 이러한 모습이 교육을 연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게 될 것이다.
이처럼 e러닝을 통해 우리 교육은 연하장의 변화처럼 막을 수도, 돌이킬 수도 없는 자연적인 진화를 겪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는 이 변화가 적절한 속도로, 그리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루어지도록 잘 대처해야 한다. 이점에서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e러닝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다각도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정부가 e러닝의 활성화를 위한 법령과 정책을 시의 적절하게 수립해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지금까지 정부는 노동부의 ‘근로자직업훈련촉진법’, 산업자원부의 ‘e러닝산업발전법’, 그리고 교육인적자원부의 ‘평생교육법’ 등을 통해 e러닝을 촉진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특히 교육인적자원부는 2004년에 ‘EBS수능인터넷방송’과 ‘사이버가정학습체제’를 통해 e러닝을 의욕적으로 확산시키고 있다. 그리고 2004년 11월에 국가인적자원개발을 위한 e러닝 종합 발전 방안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정부의 노력과 더불어 학계와 기업체는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또 기울여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효과적인 e러닝은 어떤 것인지, 그리고 이러한 e러닝 콘텐츠와 운영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가 실제 개발되고 있는지를 살펴봄으로써 e러닝이 올바른 궤도를 따라 진화하는지 확인하고, 또 바로 잡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박인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 e러닝 준비 어디까지 왔나
‘PC 당 학생 수 5.8명, 통신속도 2Mbps 이상인 학교 70.7%, 전 교원에게 1인 1PC 보급, 전 국민의 64.1%(2,861만명) 인터넷 활용.’
영국의 컨설팅 기관인 EIU(Economic Intelligence Unit)는 인터넷 기반 학습의 생산, 활용, 확장 역량을 의미하는 e러닝 준비도 평가에서 한국이 전세계 총 60개국 중 세계 5위의 e러닝 준비도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최근 발표했다.
사실 국내 교육정보화는 1997년 1단계 교육정보화 종합계획에 의해 기초 인프라가 완비된 이후 고도의 압축성장을 거듭해왔다고 할 수 있다.
2단계 교육정보화 종합계획(2001~2005년)에서는 교육정보화의 핵심 사업 부문을 인프라 구축에서 ICT(Informaion&Communication Technology·정보통신기술)활용 수업 개선으로 발빠르게 전환했다. 이미 구축된 인프라를 활용, ICT를 통해 교육내용과 방법의 혁신을 시도하는 새로운 목표를 제시한 셈이다. 이에 따라 학교현장에 교수학습 방법 혁신을 꾀하는 ICT활용교육이 자리잡게 됐고 최근에는 보다 근본적인 교육개혁을 위한 ‘e러닝’이 도입되면서 3단계 교육정보화로의 도약을 본격화하고 있는 추세.
특히 2005년은 사이버가정학습체제, 중앙교수학습센터(www.edunet.net)가 본격 출범함으로써 ‘e러닝을 통한 교육혁명’ 원년이 될 것으로 교육계는 전망하고 있다.
단순히 인터넷과 교육용 콘텐츠를 수업에 도구적으로 활용한다는 소극적 차원을 넘어 교육 내용과 방법의 혁신, 소외계층에 대한 교육 기회 확대, 철저한 학습자 중심 교육서비스로의 공교육 패러다임 전환이 예고되기 때문이다.
박경재 교육부 국제교육정보화국장은 "지금부터는 한국형 교육정보화 모델을 체계화하고 이를 역으로 세계화하는 보다 공격적 마케팅을 펼칠 시점이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향후 e러닝 전망에 대해서는 "ICT 교육은 물리적 교실 공간의 제약을 넘어 보다 확대된 형태의 e러닝학습체제로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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