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와 영등포구가 교통난 해소, 관광유발 효과 등을 목표로 모노레일 건설에 나서자 사업 타당성과 예산 확보 가능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강남구는 2007년까지 2,000억원을 들여 도산대로∼영동대로를 잇는 6.6㎞의 모노레일 건설을 계획중이다. 강남구는 낮은 대중교통 수송분담률과 남북축 지하철망 부족 등을 이유로 4,5년 전부터 모노레일 건설을 숙원사업으로 추진해왔다. 강남구는 서울시의 지원이 없을 경우 민자를 유치하기로 했으며 최근 7억1,000만원을 투자해 말레이시아 앰트랜스 사와 함께 ㈜강남모노레일을 설립, 3월께 서울시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할 방침이다.
영등포구도 지난주 모노레일 건설계획을 발표했다. 국회의사당∼신길역∼63빌딩∼여의나루역∼국회의사당 노선(8.76㎞) 혹은 당산역∼윤중로 벚꽃길∼여의도공원∼여의나루역∼63빌딩∼신길역 노선(10.3㎞) 중 하나를 2010년까지 건설하겠다는 계획이다. 영등포구는 여의도에 63빌딩 규모의 국제금융센터가 새로 들어설 수 있게 돼 그 유동인구를 흡수해 벚꽃축제 등과 연계한 관광상품으로 활용하겠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강남구와 영등포구의 잇단 모노레일 건설계획 발표는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전시성’이라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강남구의 경우 분당선 연장 구간(성남 정자∼강남 2009년 완공, 강남∼용산 2015년 완공)과 지하철 9호선(2007년 완공) 등이 건설될 예정이어서 대중교통난 해소용이라는 모노레일 건설 이유는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다.
서울시 시정개발연구원도 강남구의 모노레일 건설 계획에 부정적인 견해를 표시했다. 도시교통연구부 이광훈 선임연구위원은 "강남구의 모노레일은 수요 타당성보다는 도시 미관을 위한 성격이 짙다"며 교통대책 효과는 크지 않다고 보았다. 박용훈 교통문화운동본부 대표는 "지난해 버스중앙차로제가 실시되면서 도로 중앙을 이용해야 하는 모노레일 건설은 물 건너 갔다"며 "모노레일을 만들더라도 승용차 이용을 줄이겠다는 강남구의 목표가 달성될지는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영등포구도 시의 지원이 없으면 구 1년 예산보다 많은 3,500억원의 건설비 조달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영등포구는 "올해 말까지 민자 신청이 잇따를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미아~삼양지구 등의 대중교통 기반 조성이 시급한 강북 지역의 경전철 건설도 예산 확보 문제를 이유로 미루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시가 관광 목적의 모노레일 사업에 거액을 투자할 경우 형평성 논란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우종(경원대 교수)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부회장은 "7㎞ 안팎 짧은 구간의 모노레일 건설은 그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사업"이라며 "서울시 전체를 모노레일로 연결하는 등의 종합적 검토 없이 각 자치구의 독자적인 모노레일 건설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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