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60주년인 올해 5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
평소 이런 가설을 언급한다면 뚱딴지 같은 소리로 일소에 부쳐질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 정부가 5월9일의 ‘제2차 세계대전 승전 60주년’기념행사에 노무현 대통령을 초청했고 김정일 국방위원장까지 초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모스크바 남북정상회담’의 가능성이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러시아는 두 정상 외에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등 60여개 국가 정상들도 초청해놓고 있다. 따라서 남북의 두 정상이 초청을 수락하기만 하면 남북정상회담은 이루질 수 있다.
우선 노 대통령은 주요국 정상들을 동시에 만날 수 있는 이번 행사에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아태 경제협력체(APEC) 개최국으로서 한국을 홍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도 된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노 대통령이 러시아를 방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러시아 한국대사관은 이미 노 대통령의 모스크바 방문를 전제로 현지 호텔에 대한 예약 작업도 하고 있다.
문제는 김정일 위원장의 참석 여부. 현재로선 김 위원장의 불참 가능성이 더 높다. 불참론의 근거는 김 위원장이 외국 정상들의 다자 회담에 참석한 적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1965년 반둥회의 10주년 기념식에 고 김일성 주석을 수행해 참석한 것을 제외하고는 국제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다. 한국과 미국 등 국제사회로부터 얻을 것이 확실하지 않은 이상 ‘베일의 정치’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예상을 뒤엎고 초청장을 받아들일 수도 있다. 김 위원장이 북한의 개혁·개방을 세계에 선언하는 극적인 장으로 모스크바를 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오랜 동맹국인 러시아측의 요청을 묵살하는 것도 부담스러울 것이다. 또 김 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을 갖겠다고 판단한다면, 회담 장소로 한국 대신 제3국인 러시아를 선호할 수도 있다.
노 대통령은 연두 회견에서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전제로 "언제 어디서든 남북정상회담을 가질 용의가 있다"고 밝혀 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놓은 상태이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