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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가 천성명 다섯번째 개인전/현실과 이상 경계에서 희망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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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가 천성명 다섯번째 개인전/현실과 이상 경계에서 희망찾기

입력
2005.0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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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의 끝이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바닥을 치고 나면 올라올 때도 있겠죠. 꿈을 잃어 어둡고 우울해 보이는 제 주인공들도 ‘잘될 거야’하는 희망을 품고 있어요. 요즘 사람들 다 그렇게 양면적이지 않나요."

조각가 천성명(34)씨가 꿈과 좌절 고독 우울 등 현대인의 비애를 모노드라마 형식으로 엮은 다섯번째 개인전 ‘달빛 아래 서성이다’를 8일부터 갤러리상에서 갖고 있다. 첫 개인전 ‘광대, 별을 따다’ 이래 ‘잠들다’ ‘길을 묻다’ ‘거울 속에 숨다’ 등의 전시 제목에서 눈치챌 수 있겠지만, 천씨는 고독하고 불안한 인간의 실존에 대한 고민을 그로테스크한 인물의 형상에 비추어온 작가. 해마다 개인전을 열고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젊은 모색’전 등 미술관들의 기획전에 단골로 등장하며 활발히 활동하는 젊은 작가다.

이번에도 역시 천씨가 연출한 모노드라마는 기괴하다. 어린 아이의 몸에 어른의 얼굴을 한 기괴한 주인공은 작가와 닮은꼴이다. 작가의 얼굴에, 그가 즐겨 입는 티셔츠와 야구모자 차림이다. 등장하는 토끼인물 광대들도 작가를 닮았다. "어른 가면을 뒤집어쓴 아이 같은 인물은 어느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경계에 서있는 자아를 상징한다"고 설명하는 작가는 현재의 자신도 똑같은 상황이라고 덧붙인다.

작가의 페르소나가 처한 상황은 더욱 기괴하다. 대나무숲에 갇힌 주인공은 깃발을 들고 쫓아오는 또 다른 주인공을 피해 출구로 달아나려 하지만, 그가 타고 있는 장난감 목마는 앞뒤로 왔다갔다하며 제자리를 맴돈다. 날개의 무게에 짓눌려 대나무숲에 추락하기도 했다. 전시장 2층 보름달이 떠있는 인공호수에는 한 소녀가 물 위로 얼굴만 드러낸 채 잠겨 있고, 호수가에는 달에서 뛰쳐나온 토끼인물이 푸른 피를 흘리며 축 늘어져있다. 호수에 잠긴 소녀의 몸을 타고 흘러내린 물을 1층에서 또 다른 토끼인물이 받아먹고 있다.

"잘 알지도 못하는 거대담론을 끌어들이는 어려운 작업을 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는 작가는 "작품 속 주인공은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꿈틀대고 있는 현재의 나인 셈이다"고 말한다. 작품 자체가 스스로의 내면 고백인 셈이다.

하지만 작업 분위기와 달리 천씨는 고독의 심연에서 헤매고만 있지는 않는 듯하다. 종전에는 희끄무레한 회색 일색이었던 그의 작업에 희미하나마 색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스스로도 다른 사람보다 심하게 우울한 성격은 절대 아니라고 한다. 남들 출근하는 것처럼 아침마다 작업실에 나가 하루 종일 작업하는 평범한 30대라고 한다. "아픔을 전면적으로 드러내면 오히려 희석되는 경험이 있잖아요. 제가 아픔의 바닥을 쳤는지는 모르겠어요. 제 작업은 고통의 극단과 맞닥뜨림으로써 고통을 극복하는 과정인 거죠." 전시는 2월4일까지. (02)730-0030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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