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아침을 열며] 신자유주의의 빛과 그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아침을 열며] 신자유주의의 빛과 그늘

입력
2005.01.17 00:00
0 0

작은 정부와 시장의 자유화를 주장하는 신자유주의는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전 세계적으로 논란의 대상이다. 신자유주의에는 취할 점도 있고 배척할 점도 있다.

신자유주의가 주장하는 자유방임의 경제정책의 전성시대는 19세기 서양이었다. 19세기 서양은 자유방임의 자본주의경제 하에서 미증유의 경제·사회의 발전을 달성했다. 자신의 이익을 마음껏 추구할 수 있는 자본주의경제는, 이기심이라는 인간의 본성과 부합하는 덕분에 경제발전에 놀라운 힘을 발휘하였다.

그러나 자유방임의 자본주의경제는 동시에 여러 가지 심각한 문제들을 나타냈다. 과도한 분배편중, 이로 인한 풍요 속의 빈곤, 주기적인 심한 공황과 대량실업, 노사 갈등, 독점 증대, 환경 파괴 등과 같이, 경제학에서 ‘시장의 실패’라고 부르는 현상들이 나타났었다.

이 결과 발생한 두 번의 세계적 대불황(1873년부터 20여년간, 1929년부터 10여년간)과 두 번의 세계대전은 고삐 없는 자본주의경제가 인류의 재앙임을 증명했다. 이에 대한 반성으로 등장한 것이 2차대전 이후 서양의 복지국가이다. 복지국가들은 소득재분배, 총수요관리, 노동자보호, 독점규제, 환경보호 등과 국제협력을 정책적으로 적극 추진했다. 그 덕분에 자본주의의 병폐가 크게 완화하고, 서양세계는 2차대전 이후 대략 1970년대 중반 석유파동까지 비교적 안정과 풍요와 평화를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복지국가도 자체 모순이 누적돼왔다. 복지국가에서 막강한 정부권력을 실제로 행사하는 것은 정치인과 관료들인데, 이들도 우리와 똑같이 탐욕은 많고 정보는 부족한 불완전한 인간에 불과하다. 또한 민간기업과 달리 정부기관은 경쟁에 쫓길 필요도, 수지타산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이 결과 발생한 정부의 무능과 부패와 횡포를 정부의 실패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한 반발로 등장한 것이 90년대부터 세계를 풍미하고 있는 신자유주의이다.

신자유주의는 기본적으로 19세기의 자유방임주의가 현대에 부활한 것이므로, 신자유주의의 장점과 폐해는 모두 자유방임의 자본주의경제의 장점과 폐해이다. 신자유주의의 장점은 정부의 경제개입을 축소하고 시장경제를 확대함으로써, 그간 선·후진국에서 누적된 정부의 실패를 축소하고 시장경제의 효율성을 발휘 시킨다는 것이다. 그간 수십 년 간 누적되어 온 정부의 실패를 시정하는 일은 현재 선후진국을 막론한 세계적 과제다. 특히 우리나라 같이 수 십 년간의 관치경제로 인해 비대한 정부의 폐해가 심각한 나라로서는 신자유주의가 주장하는 작은 정부를 진지하게 받아 들여야 한다.

그러나 신자유주의도 맹신에 빠지면 우상숭배가 된다. 과거 19세기말과 20세기 초에 그러했던 것과 똑같이 현재의 신자유주의 하에서도, 실업과 빈부격차, 환경파괴, 사회적 갈등의 증대, 파시즘의 대두, 제국주의의 등장과 전쟁, 인간성 파괴 등 자본주의의 실패가 그대로 다시 나타나고 있다. 이것이 악화되어 대다수의 사람들이 감내하기 힘들 정도가 되면 다시 개입주의의 복지국가가 다수의 지지를 받고 복귀하게 될 것이다. 시장도 정부도 불완전하므로, 자유방임주의와 개입주의가 반복하는 역사가 계속될 것이다.

자본주의의 병폐가 사회주의의 병폐보다는 덜하므로, 자본주의경제를 기본으로 하면서 정부가 적절히 개입해 시장의 실패를 시정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실현하는 합리적인 복지국가가 답이라고 생각된다. 다만 과거 정부의 실패를 거울삼아 정부의 실패를 줄일 수 있는 방도를 계속 강구해야 한다. 정부의 투명성을 높이고, 언론의 자유를 확보하는 것이 정부의 실패를 막는 데 가장 중요할 것이다. 신자유주의의 우상을 철거하고 합리적인 복지사회를 건설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다.

이근식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