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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야 놀자/ 대안 교과서?…공부가 재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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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야 놀자/ 대안 교과서?…공부가 재밌네!

입력
2005.0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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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가 재미있다? 그럴 리가. 아니, 재미있다. 학교 수업에서 쓰는 공식 교과서 말고 이른바 ‘대안 교과서’ 말이다. 전국역사교사모임이 펴낸 중학교용 ‘살아있는 한국사 교과서’(전 2권)나 전국국어교사모임이 펴낸 중고교 학년별 ‘우리말 우리글’이 대표적이다. 이 책들은 요즘 학생들의 관심사와 눈높이, 정서를 적극 반영함으로써 일단 학생들과 소통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편집과 디자인도 다양한 시각자료를 활용한 입체적이고 파격적인 구성으로 흥미를 교사와 학생 모두 좋아해서 단체로 구매한 학교가 적지 않고 수업 부교재로 쓰는 데도 많다.

2001년 2월 중 1 교과서로 출발한 ‘우리말 우리글’은 이런 대안 교과서의 효시다. 이 책은 영화 포스터와 TV 광고, 만화, 대중가요, 인터넷 등 다양한 자료를 활용하는 등 바탕글과 이미지를 아이들의 삶과 밀착된 것으로 구성하고 있다. ‘교과서 따로 생활 따로’의 단절감을 없애서 좀더 친근하게 접근하고 즐기면서 공부할 수 있다. 또하나 중요한 특징은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무조건 달달 외우는 공부를 추방했다.

‘살아있는 한국사 교과서’는 제목부터 도발적이다. 학생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단순히 지식을 나열하는 데 그치는 교과서는 죽은 교과서라는 심상찮은 선언이 행간에 깔려있다. 이 책은 2001년 3월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 대열에 오르는 돌풍을 일으켰고 지금도 꾸준히 팔리고 있다.

이 책들의 인기는 기존 교과서가 그만큼 인기없다는 반증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초중고 교과서 발행 체계는 세 가지다. 국가가 펴내는 국정 교과서, 민간이 제작하고 교육부 검정을 거친 검정 교과서, 각 시·도 교육청의 심의를 거친 인정 교과서가 있다. 초등 교과서와 중고교 국어·국사·도덕(국민윤리)는 국정이다. 국어 중 문학, 국사 중 근·현대사는 검정 교과서를 쓴다. 이밖에 중고교 교과 대부분이 검정 교과서이며, 고교 교양선택 과목 등 일부는 인정 교과서다.

국정 교과서의 획일성에 대한 비판은 오래 됐다. 검정교과서도 교육부가 정한 틀에 갇혀 천편일률이라는 지적이 높다. 해결책으로 국정교과서를 폐지하고 검정교과서의 저술·편집 재량권을 확대하라는 요구가 계속 있었고 최근에는 교과서 발행의 완전 자유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8월 교육인적자원부는 국정교과서를 없애고 초중고 교과서를 전부 검정 체제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그에 따른 이점과 부작용을 검토해서 시행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교육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살리는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데 대체로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현재 수업과 직결시켜 만들어진 대안 교과서는 ‘살아있는…’과 ‘우리말…’이 거의 유일하다. 대신 교과서를 보완하고 공부에 흥미를 갖도록 유도하는 책들이 과목별로 조금씩 나오고 있다. . ‘살아있는 한국사 교과서’를 내놓은 출판사는 올해 안에 같은 제목으로 중학교용 세계사와 과학 교과서를 선보이고 앞으로 3년 간 이 작업을 중고교용 문학·철학·정치·고전·수학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교육인적자원부의 국정 교과서 검인정화 검토에 따라 국내 주요 단행본 출판사들은 각각 전문 영역을 살려 교과서를 만들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재미있고 다양한 교과서가 나와 서로 경쟁할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 대안 교과서 어떤것들이 있나

유감스럽게도 기존 교과서가 별로 재미없다 보니 아예 대안 교과서를 표방하거나 수업 내용을 뽑아서 교과서를 보완하는 책들이 나오고 있다. 아직 많지는 않지만 역사, 국어, 과학 과목에서 이런 책들이 보인다. 새 학기를 앞두고 방학 중에 읽어보면 공부에 바로 도움이 될 책들을 소개한다. 교과서를 완전히 대신할 수는 없지만, 교과 과정과 연결돼 있어 교과서와 나란히 놓고 보면 좋을 책들이다.

● 역사

◆ 살아있는 한국사 교과서(전 2권) /전국역사교사모임 지음, 휴머니스트

중학교 교과 과정에 맞춘 책. 알차고 재미있다. 역사 속 인물들이 걸어나와 말을 건네는 듯하다. 1권은 선사시대부터 조선후기까지, 2권은 근현대사를 다룬다. 1,500여 컷에 이르는 풍부한 사진·그래픽·도표·지도를 활용해 입체적으로 편집했다. ‘문화재를 찾아서’ ‘역사의 현장’ ‘여성과 역사’ ‘청소년의 삶과 꿈’ 등 다양한 꼭지가 흥미롭다. 이를테면 ‘청소년의 삶과 꿈’은 초파일 탑돌이 현장의 처녀총각 연애담이나 일제시대 직업소년들의 애환, 한국전쟁 때 소년병의 일기장 등을 소개해 각 시대 10대들의 삶을 느껴보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지나간 과거가 아니라 오늘과 이어진 현재형으로서 역사의 의미를 생각케 한다. 이 책은 만화로도 나와있다.

◆ 아틀라스 한국사 /아틀라스 한국사 편찬위원회 지음, 사계절

아틀라스 세계사 /지오프리 파커 지음, 김성환 역, 사계절

지도로 한눈에 보는 역사. 답답하고 복잡하기만 한 기존 ‘역사부도’와 달리 보기에 좋고 내용도 충실하다. 교과서 옆에 두고 참고하면 좋겠고, 청소년 교양서로도 손색이 없다. ‘…한국사’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우리 역사를 183장의 지도와 93개의 사진, 46개의 다이어그램으로 정리했다. ‘…세계사’는 185컷의 지도와 지도를 이용한 다이어그램, 80개의 도판을 싣고 있다.

● 국어

◆ 우리말 우리글 /전국국어교사 모임 지음, 나라말

중 1부터 고 3까지 학년별로 나와있다. 전국 80여 명의 현직 국어 교사들이 5년 여 간 매달려서 완성한 이 책은 따분한 국어 교과서에 익숙한 기성 세대가 깜짝 놀랄 만큼 대단히 파격적이다. 가로 21, 세로 27Cm의 큼직한 판형에 편집도 꼭 잡지처럼 보이는 책이다. 재미난 글과 그림이 가득해 지루할 짬이 없다. GOD의 노래가 나오질 않나, 만화와 퀴즈풀이가 들어있질 않나, 표준말 쓰라는 말만 들어온 판에 사투리 배우기 코너가 있질 않나 등등. 시·소설·수필 등 문학작품 뿐 아니라 낯익은 만화·광고·가요·그림·사진 등 다양한 자료를 활용하고 있다. 그냥 외우는 공부가 아니다. 가령 노처녀의 푸념인 옛노래 ‘노처녀가’에 이어 학생들이 각자 자신의 신세타령을 읊어보라고 한다. 요즘 청소년의 관심사나 생활과 직결된 실감 나는 국어, 웃고 토론하는 동안 스스로 느끼고 묻고 생각하는 공부로 이끄는 책이다.

● 과학

◆ 요리로 만나는 과학 교과서 /이영미 지음, 부키

학생들에게 ‘인기짱‘인 현직 고교 과학 선생님이 쓴 책. 중학교 과학의 핵심 개념과 원리를 요리를 통해 설명하고 있는데,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 지은이가 초등학생 중학생 두 딸과 함께 부엌에서 요리를 하면서 묻고 답하는 과학 이야기 수다가 유쾌하다. 비이커나 알코올램프 같은 과학실험 도구 없이 부엌에서 흔히 보는 음식 재료와 요리 도구만 갖고도 온갖 실험을 해볼 수 있게 되어있다.

◆ 과학교과서, 영화에 딴지 걸다 /이재진 지음, 푸른숲

영화 속 비과학적 ‘구라’를 폭로하는 재미있는 책. ‘매트릭스’ ‘스파이더맨’ 등 16편의 영화와 그에 따른 과학 내용이 실려있다. 이를테면 ‘타이타닉’ 주인공 디카프리오의 주검이 바다에 가라앉는 것이나 ‘스파이더맨’에서 거미인간의 거미줄이 순식간에 굳는 것이 왜 과학적으로는 말도 안 되는 황당한 ‘구라’인지, 중고교 과학 교과서와 연계해 설명한다. 덕분에 딱딱한 교과서가 말랑말랑해진다.

◆ 왕호기심 군, 더부룩 아저씨 뱃속으로 들어가다 /배미정 지음, 살림출판사

부제가 ‘중학생을 위한 엽기 생물 교과서’다. 못말리는 왕호기심 군이 더부룩 아저씨 뱃속으로 들어가 인체를 탐험한다. 킬킬 웃음이 터질 만큼 코믹하고 엽기적인 내용 속에 다양한 생물학적 지식과 과학자들의 에피소드를 풍성하게 담았다. 손쉽게 해볼 만한 ‘좌충우돌 실험실’ 코너, 익살맞은 만화풍 그림도 재미있다.

◆ 알케미 동굴의 비밀지도와 영원의 불꽃 /전화영 지음, 살림출판사

부제 ‘중학생을 위한 판타지 화학 교과서’. 불꽃과 폭발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갖고 화학의 세계로 들어간다. 실종된 엄마를 찾아 나선 불장난 도사 케미의 흥미진진 모험 이야기. 동그란 불꽃 만들기, 물 위에 불꽃 피우기, 감자대포와 설탕폭탄 만들기…. 케미가 겪는 모험을 따라가다 보면 화학의 주요 개념이 자연스럽게 이해된다.

◆ 과학은 느낌! /과학을 찾는 사람들 지음, 동아시아

중학교 교과과정에 맞춘 과학 실험 안내서. 집에서 쉽게 해볼 수 있는 실험을 통해 중학교 과학의 핵심 개념과 원리를 이해한다. 이를테면 종이 2장으로 ‘베르누이의 정리’(유체의 흐름이 빠른 곳은 그 흐름이 느린 곳보다 압력이 낮다는 정리)를 확인하고, 자석과 우유팩만 갖고 모형 자기부상열차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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