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계에 옛 차명을 그대로 사용하는 ‘추억 마케팅’이 확산되고 있다. 불황기에는 익숙한 이름이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더 받을 수 있는데다 마케팅 비용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GM대우차는 최근 경차 마티즈 후속 M-200(프로젝트명)의 차명에 ‘마티즈’를 그대로 사용키로 하고 본격 생산에 돌입했다. GM대우차 관계자는 "마티즈는 1998년 4월 출시 이후 전 세계에 130만대 이상 판매된 인기 모델"이라며 "M-200은 기존 마티즈와 전혀 다른 신차지만 그 동안 쌓아온 마티즈의 명성과 영예를 계승하기 위해 ‘마티즈’라는 이름을 계속 사용키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기아차도 리오 후속으로 개발, 3월 출시할 예정인 JB의 차명을 ‘프라이드’로 결정했다. 옛 프라이드 보다 배기량과 실내공간이 모두 커진 1,400㏄와 1,600㏄ 2개 모델로 나오는 완전히 새로운 차지만 ‘프라이드’라는 이름을 써 예전 ‘프라이드 신화’를 재현하겠다는 포부다. 1987년 2월 출시된 프라이드는 2000년 단종될 때까지 내수 70만대, 수출 80만대 등 150만대가 판매되며 안전하고 경제적인 차로 큰 사랑을 받았다.
현대차도 지난해 5세대 쏘나타를 출시하며 쏘나타라는 원래 이름으로 돌아갔다. 85년말 처음 나온 쏘나타가 쏘나타Ⅱ, 쏘나타Ⅲ, EF쏘나타에 이어 지난해 완전히 새로운 차로 재탄생하면서 다시 ‘쏘나타’로 출시된 것. 차명에 대한 논란과 검토가 많았지만 EF쏘나타까지 134만여대가 팔린 ‘쏘나타’의 브랜드 파워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포석이다.
기아차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스포티지’도 같은 맥락. 기아차는 지난해 8월 ‘KM’(프로젝트명)을 출시하며 차명을 93년 첫 선을 보인 후 국내외에서 총 55만9,000여대가 판매된 스포티지로 정했다. 실제 신차 ‘스포티지’는 이 같은 후광효과 덕분인 지 지난해 2만7,559대가 판매된 데 이어 현재까지 총 4만5,000여대가 계약되는 등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이처럼 자동차 업계가 옛날 차명을 다시 사용하는 것은 새 이름을 채택할 경우 막대한 마케팅 비용이 드는 데다 불경기가 계속되면서 이미 성공한 브랜드를 사용하는 것이 소비자들에게 신뢰감을 주기 때문이다. 물론 복고풍 유행이라는 시대적 흐름과도 무관하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이름을 소비자들에게 알리고 기억하게 하는 데는 천문학적 숫자의 비용이 든다"며 "세계적인 명차들의 경우에도 이름을 바꾸는 경우가 거의 없으며, 오히려 장수 모델일수록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자랑한다"고 말했다.
박일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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