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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美 포로학대’ 꼬리만 단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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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美 포로학대’ 꼬리만 단죄

입력
2005.0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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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미 텍사스 주 포트 후드의 군사법정에서 찰스 그레이너 상병에게 징역 10년이 선고됐다. 지난해 이라크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에서 벌어졌던 수감자 고문 사건의 주범이다. 켜켜이 포개진 나신(裸身)의 인간 피라미드 앞에서 웃고 있는 미군 여성, 목에 밧줄을 묶고 자위 행위를 강요당하는 수감자의 장면을 보고 전 세계인들은 분노했다. 온 몸에 전깃줄을 두른 채 두건을 쓴 이라크 남성의 사진은 역설적이게도 해방과 자유를 명분으로 한 전쟁의 뒤 켠을 채운 인권 유린의 생생한 고발장이었다.

재판 결과는 악행에 대한 당연한 응징이다. 그러나 한 병사의 처벌로 아부 그라이브의 만행은 단죄되는 것일까. 수갑을 찬 채 법정을 나서는 그레이너의 얼굴에 감도는 야릇한 미소 위로 "나는 정보 장교와 고위층을 위한 희생양"이라는 변론이 겹쳐진다.

그레이너는 "그 안에서는 모든 것들이 잘못됐다. 우리는 나쁜 일로 여겨졌지만 정당화될 수 있다고 믿었다"며 상부의 지시에 따른 행동이었다고 변명했다. "웃음거리로, 재미 삼아 시키지도 않은 짓을 했다"는 군 검찰의 기소가 아련하게만 들린다.

피해자의 울부짖음이 들리고, 전세계의 공분이 이어졌지만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도 진정한 사죄의 말을 내놓지 않았다. 진상보고는 나왔지만 진정한 반성은 없었다.

15일은 미국 역사에서 인권 옹호의 대명사로 추앙받는 고(故) 마틴 루터 킹 목사의 76번째 생일이다. 킹 목사는 "진정한 평화는 단순히 긴장이 없는 상황이 아니라 정의의 실현"이라고 했다. 그레이브 상병의 죗값 뒤로 가슴을 쓸어내릴 인권 유린의 공범들에게 킹 목사의 목소리가 전해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김승일 워싱턴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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