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妓生)은 사회활동 문호가 막혀있던 우리 전통사회의 여성에게 유일무이한 탈출구였다. 그러나 기생은 제대로 조명 받지 못한 불운한 존재였다. 조선 최고의 여류시인으로 문재가 뛰어났던 황진이도 서화담과의 인연을 빼놓고는 이야기되지 않고, 임진왜란 당시 왜군 적장과 함께 진주 남강에 몸을 던진 논개도 영웅적 측면을 강조하는 한편으로 폄하하는 시선도 깔려 있다.
㈜서울옥션이 시각예술의 측면에서 기생의 미와 예를 재조명하는 ‘기생전’을 2월13일까지 서울옥션센터에서 열고 있다. 기생의 모습을 담은 일제기 엽서 및 원판사진 400여 점, 평양 명기 소교의 ‘묵죽도’를 비롯한 서화와 복식, 장신구, 화장구 등의 고증자료, 기생을 소재로 한 현대미술 등이 나온다. 김효선 서울옥션 국제부 팀장은 "당대 상류층 남성들과 교류하며 말과 글로 자기 표현이 가능했던 기생의 예술적 성과에 주목했다"고 기획의도를 밝히며 "기생은 해외에 우리 문화를 소개하기에 좋은 소재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선 후기 선비가 기녀에게 헌사한 것으로 전해지는 난이 그려진 치마나 한반도 지도를 춤추는 기생의 모습으로 형상화한 일제시대 사진엽서 등에서 전해지는 기생의 모습은 기껏 성적 노리개 정도로 여기던 종전의 시선과 별로 다를 바가 없다. 김 팀장은 "기생은 엄격한 교육을 받아 재능과 지성, 인격을 갖춘 전문 종합예술인이었으나, 그들의 고아한 이미지는 일제시대를 거치며 성적 대상으로 왜곡·폄하돼 제대로 연구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현대 미술에서 기생의 이미지를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도 이번 전시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윤석남은 황진이와 매창을 여성 선각자로 형상화한 설치작품을, 사진작가 배준성은 기생방에서 촬영한 알몸의 여성사진 위에 김혜순씨의 기생한복을 그려넣은 작품을 선보인다. (02)395-0331
문향란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