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국내에 투자했던 외국자본들이 주식매도차익 환차익 면세 등 사실상 3중의 이익을 거두고 있어 개선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14일 금융계에 따르면 뉴브리지캐피탈의 경우 주당 5,000원에 매입했던 제일은행 주식을 스탠다드차타드은행(SCB)에 주당 1만6,511원에 팔아 불과 5년 만에 원화기준 230%의 수익률을 올렸다. 더욱이 뉴브리지가 제일은행을 매입했던 1999년 말 환율은 달러당 1,150원 안팎이었으나 지금은 1,040원대로 원화가치가 10% 이상 절상됐다. 때문에 만약 매각대금을 달러로 바꿔 나간다면 실질 투자수익률은 250%를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도 뉴브리지는 조세회피지역(tax haven)인 말레이시아 라부안에 ‘KFB 뉴브리지홀딩스’라는 이름으로 법인을 등록, 해당 지역에서만 과세하는 양국간 조세협약에 따라 세금을 한푼도 내지 않는다. 물론 조세 회피용 ‘페이퍼 컴퍼니’라는 사실이 명백히 확인되면 과세할 수 도 있지만, 뉴브리지는 제조업체가 아닌 펀드이기 때문에 페이퍼 컴퍼니 여부를 따지기 어렵고 과세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지난해 서울 역삼동 스타타워 빌딩을 팔아 2,600억원의 이익을 본 벨기에 국적의 론스타도 당시 건물 자체가 아니라 건물소유사인 ㈜스타타워 주식을 매각하는 독특한 절세기법을 동원했다. 이는 주식매도차익은 과세하지 않는다는 한·벨기에 조세협약에 착안한 것이다. 론스타가 향후 외환은행 지분을 매각할 경우에도 주식차익과 환차익의 이중차익을 실현하는 대신 국내에선 전혀 세금을 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미은행을 씨티그룹에 넘기면서 6,000억원의 차익을 남긴 칼라일도 조세회피지역인 케이만군도에 법인을 세움으로써 세금을 완전히 피해갔다.
정부 관계자는 "외국자본의 양도차익을 과세하려면 우선 해당국과 조세협약을 개정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시간이 걸리고 선의의 외자유입마저 가로막을 수 있는 데다 국내 기업도 그 나라에서 세금을 내야하기 때문에 섣불리 건드리기가 어렵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개방시대에 외국자본에 대한 ‘괘씸정서’로 이 문제를 접근했다가는 대외신용도 하락으로까지 연결될 수도 있어 이래저래 세무당국의 고민만 깊어지고 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박진석기자 j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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