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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대중의 지혜 - "소수 엘리트보다 평범한 대중이 더 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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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대중의 지혜 - "소수 엘리트보다 평범한 대중이 더 현명"

입력
2005.0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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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大衆)’은 예나 지금이나 무언가 부족한 구석이 있는 존재로 여겨졌다. "대중의 지적 수준은 최악이다. 그 집단의 일부 우수한 사람들과는 비교도 안 된다"고 한 헨리 데이비드 소로나 "개인은 누구든 현명하고 합리적이나, 집단의 일원이 되면 바로 바보가 된다"는 말을 남긴 철학자 버나드 바루크 등에게서 대중에 대한 골 깊은 불신을 짐작할 수 있다.

미국 ‘뉴요커’지 논설위원이자 저명한 경영칼럼니스트인 제임스 서로위키는 ‘대중의 지혜(The Wisdom of Crowds)’에서 새로운 가설을 내놓는다. "답은 천재가 아닌 대중이 쥐고 있다"고, "시장과 사회를 움직이는 힘은 현명한 소수보다 평범한 다수에게 있다"고. 통념을 뒤엎는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서로위키는 대중문화 경제 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풍부한 실례를 들어보인다.

1986년 발사한 지 74초 만에 공중 폭발한 우주왕복선 ‘챌린저’호의 사고원인을 가장 먼저 찾아낸 것도 전문과학자집단이 아니라 주식시장의 개미투자자들이었다. 사고 직후 투자자들은 우주왕복선 발사 계획에 참여한 주요 기업 네 곳의 주식을 팔아치우기 시작했는데 그날 하루 주가 낙폭이 가장 컸던 머튼 티오콜사가 제작한 고체엔진추진로켓이 훗날 사고 원인으로 판명됐다.

선거 결과를 예측하는 아이오와전자시장도 대중의 지혜가 얼마나 정확한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 1988년부터 2000년까지 치러진 49번의 선거 예측과 실제 선거 결과와의 오차는 미국 대선에서 1.37%, 외국선거의 경우도 2.12%에 불과했다. 인터넷 검색엔진 구글이 수십억개 웹페이지 가운데서 검색자가 원하는 페이지를 정확히 가려내는 것도 ‘대중의 지혜’를 활용한 것이다. TV 퀴즈프로그램에서도 평범한 다수의 힘이 빛을 발한다. 사지선다형의 문제에서 출연자가 정답을 몰라 답 두 개를 찍을 경우에 정답일 확률은 50%, 그러나 스튜디오내 방청객이 컴퓨터로 투표한 결과가 정답과 일치할 확률은 91%나 됐다.

서로위키는 집단에는 개인과는 다른 유형의 지적 능력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대중은 답이 있는 문제에서 정답에 근접한 답을 ‘인지’하고 정답이 없는 상황에서는 ‘조정’을 통해 최적의 답을 찾아내고 환경문제와 같은 공공의 선을 위해 ‘협조’를 함으로써, 개개인의 판단을 단순히 합한 것보다 나은 결과를 내놓는다는 것이다. 세계 최고의 과학엘리트 집단인 미 항공우주국이 2003년 우주왕복선 콜럼비아호의 운항을 자만한 결과 귀환 때의 폭발 사고를 예측 못한 사례에서 드러나듯, 믿고싶은 것만 믿거나 소수 의견을 무시하거나 편향된 사고를 하기 쉬운 (엘리트) 소집단의 실패를 대중은 피해갈 수 있다.

저자는 ‘대중의 지혜’가 맹목적으로 신뢰할 만한 것이 아니라는 경계도 늦추지 않는다. 교통정체가 심해지는 것은 전체 교통 흐름을 보지 못한 개인들의 판단이 조정되지 못해 집단 차원으로 문제가 커진 경우다. 서로위키는 "집단이 항상 옳은 답을 준다는 의미가 아니라 평균적 관점에서 개인보다 더 나은 해답을 지속적으로 낸다는 의미"에서 ‘대중의 지혜’를 이해할 것을 주문한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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