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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美 마이스너 ‘마오의 중국과 그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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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美 마이스너 ‘마오의 중국과 그 이후’

입력
2005.0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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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누구도 중국을 순수한 사회주의체제라고 믿지 않지만 30년 전쯤 개방 이전의 중국이 사회주의가 아니었다고 한다면 어리둥절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더 나아가 그 주장이 ‘중국 공산주의 혁명이 가져온 산물은 본질적으로 자본주의 경제와 사회’라는 데까지 이른다면 논란을 부르기에 충분하다.

중국 현대지성사 연구자로 널리 알려진 모리스 마이스너 미국 위스콘신대 명예교수는 중국 사회주의 통사 ‘마오의 중국과 그 이후’에서 바로 이런 주장을 펴고 있다. 1976년에 나온 이 책의 제1판에서 마이스너는 혁명 이후 마오쩌둥(毛澤東·그림)이 숨지기까지의 중국을 ‘자본주의도, 진정한 사회주의도 아닌 관료가 지배하는 체제’로 묘사했다. 두 번의 개정을 거치면서(번역본은 99년 출간된 제3판) 그는 중국의 시장姸?도입에 더 주목했고,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길, 둘 다를 완강하게 막고 서 있는 장벽과도 같은 관료집단체제인 중국이 시장의 힘을 풀어주는 것은 내셔널리즘과 그것의 근대화를 달성’하려는 목적이라고 결론 내렸다.

마오 시대의 중국도 이런 관점으로 재해석하고 있다. 많은 학자들이 마오의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을 비이성적인 정치운동으로 엄청난 비극과 경제적인 재앙을 가져왔다고 부정적으로 해석한다. 하지만 마이스너는 대약진이라는 마오의 노동력 중심 경제정책을 소련의 원조마저 끊긴 적대적인 국제정세와 빈약한 국내자본 상황에서 택할 수밖에 없었던 현실적인 정책으로 봤다. 그래서 중국의 산업화는 마오 시대에 토대를 쌓고 있었으며, 개혁개방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는 덩샤오핑(鄧小平) 시대의 경제발전도 이런 기초 위에서 가능했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중국이 근대 세계역사에서 어떤 주요국가도 경험하지 못했던 속도로 성장 중이며 국민 대다수가 물질적 혜택을 누리고 있으나 벌써 ‘무서운 사회적 대가’를 치르고 있으며, 또 치를 것이라고 경고한다. 환경은 무지막지하게 파괴되고 있고, 효율성을 강제하는 자본주의 경제 앞에서 노동자들의 생활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사회주의의 진짜 근원을 ‘먼 미래에 올 공산주의 제도를 실현하려는 경제적 성숙에서가 아니라 오늘 공산당 정권에 반대하는 노동자들의 민주 투쟁 속에서 찾아야 한다’는 지적에는 일찍이 중국식 사회주의를 남다르게 분석한 그의 혜안이 번득인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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