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지킴이 또바기의 한글신문
/이소영 글, 김슬옹 기획 자문, 이끌리오 발행.
만약 내게 한 권의 책을 만들 기회가 주어진다면 ‘한글’을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보는 책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어린이책에서 한글을 많은 문화유산 가운데 하나로 다루면서 과학적이고 배우기 쉬운 우수한 문자라고 칭송하는 데 그치는 것이 늘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세종대왕 이전에도 자신의 뜻을 글로 펼치지 못하는 백성이 많았을 텐데 왜 15세기에 와서야 말과 일치하는 문자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는지, 훈민정음이 만들어진 후에 백성들의 문자생활은 어떻게 달라졌는지, 식자층이 두터워지면서 독서 인구는 얼마나 늘었는지, 그 결과로 서적문화는 어떻게 발달했으며 사회 변화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이런 것들을 15세기 중반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통사적으로 살펴보고 싶었다. 그러나 그 내용을 어떻게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쓸 수 있을까에 이르면 늘 생각이 막혔는데 ‘우리말 지킴이 또바기의 한글신문’은 신문이란 형식으로 그 문제를 산뜻하게 해결했다.
모두 다섯 권으로 계획하고 현재 2권까지 나왔다. 1권은 ‘우리말 기지개’로 한글의 창제 목적과 과정, 한글의 과학성과 우수성, 문자에 담긴 철학, 한글 창제 이전의 문자생활을 담고 있으며 2권은 ‘우리말 터잡기’로 한글을 널리 펼치기 위해 간행했던 용비어천가, 석보상절과 같은 다양한 책을 소개하고 책의 전파를 활발하게 만든 인쇄술의 발달 등 한글로 인한 사회 변화, 자음과 모음의 옛 이름과 한글의 변화 과정, 가사, 판소리, 한글소설 등의 한글 문학 작품이 탄생한 과정을 다루고 있다. 3권은 ‘우리말 펼치기’로 한글 가치 재발견과 맞춤법 통일안, 모아쓰기 풀어쓰기를, 4권은 ‘우리말 흔들림’으로 일제 탄압, 외국어 남용과 대중매체 문제점, 5권은 ‘우리말 뻗어나기’로 한글의 세계화를 다룰 예정이다.
각 호마다 한글에 대해 꼭 알아야 할 내용은 ‘신문’에 담고 ‘한글에 대한 모든 것’에서는 앞의 기사에 대한 심화학습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한다. 또 ‘동화와 퀴즈’를 통해 앞에서 습득한 지식과 정보를 재미있게 복습할 수 있도록 했다. 한글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생각거리를 글뿐만 아니라 그림이나 만화로도 표현해 재미있다.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 중고등학생, 어른도 볼 만한 이 책에는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한글 창제의 목적을 백성의 편리한 문자생활과 한자음의 통일로 제한하고 조선 초기의 정치 역학적 문제, 즉 불교문화에 익숙한 채 고려의 의식으로 살고 있는 백성에게 유교의 가르침을 배우게 하여 조선의 사상과 문화를 심어주려 한 것은 생략한 것이다. 그리하여 한글을 다룬 책은 아직 갈 길이 남았다.
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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