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급 작가 24명과 PD 10명이 소속되어 있고 이들이 대작 사극에서부터 정통 멜로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드라마를 만들어 내고 있어요. 저희 김종학프로덕션은 이제 명실공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메이저 외주제작사예요."
자기 이름 석자를 건 김종학프로덕션을 이끌고 있는 김종학(53) 대표는 자신만만했다. 그 자신감을 뒷받침할 물증은 많다. 지난해 인기를 모았던 드라마 ‘로즈마리’ ‘풀하우스’ ‘오!필승 봉순영’은 모두 이 회사가 만든 것. 게다가 현재 시청률 30%를 넘기고 있는 KBS 수목드라마 ‘해신’과 같은 시간대에 경쟁하고 있는 MBC ‘슬픈연가’도 모두 김종학프로덕션이 내놓은 작품들이다.
"올 한해 ‘해신’ ‘슬픈연가’ 말고도 한 10여 편 정도의 드라마를 준비하고 있어요. ‘대장금’의 이병훈 PD가 ‘서동요’를, ‘다모’의 이재규 PD가 ‘패션 70’이란 시대극을 선보일 예정이에요." 여기에 김 대표 자신도 ‘모래시계’ ‘대망’의 송지나 작가와 손잡고 307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고구려 광개토대왕의 일대기를 그린 ‘태왕사신기’를 준비하고 있다. "북한 촬영도 성사 시켜야 하고, 고구려 시대의 전투신을 재연해야 하는 등 어려움이 많겠다고 주위에서 말하지만 걱정 안 해요. ‘여명의 눈동자’ ‘모래시계’ 찍을 때도 어떻게 군 위안부와 광주 항쟁을 소재로 한 드라마를 만드냐고 했지만 어떤 식으로든 해냈으니까."
‘태왕사신기’에 건 그의 꿈은 자못 크다. "광개토대왕의 이야기를 단순한 우리 역사만으로 가두는 대신 세계 공통언어로 표현해 아시아뿐만 아니라 북미와 유럽에도 먹힐 수 있는 드라마로 만들 겁니다. 영화 ‘트로이’ ‘알렉산더’처럼 할리우드가 진취적 영웅담을 스펙터클에 담아 상업화하고 있듯이 말이에요." 이를 위해 그는 ‘반지의 제왕’을 만든 피터 잭슨 감독과 그가 이끄는 특수 촬영 스태프를 ‘태왕사신기’에 투입할 계획이다. "특수 효과와 그래픽 면에서는 우리가 부족하니까 그 쪽 도움을 받아야 겠죠. 북미 배급권을 주고 그 쪽에서는 일을 도와주는 형태로 진행될 계획이에요."
아울러 ‘한류’를 통해 이미 한국 드라마의 가능성이 입증된 아시아 시장에 대한 공략의 고삐도 바짝 죄고 있다. "일본 측과의 합작, 중국 현지 법인 설립 두 가지 일을 추진하고 있어서 한 달에 1~2번은 출장을 가고 거꾸로 일본과 중국에서 드라마 제작이나 투자를 문의하기 위해 3~4개 팀이 저희를 만나러 옵니다. 일본과 중국을 우리 마당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면 짜릿한 전율이 들죠." 김종학프로덕션은 중국 정부가 운영하는 제작사인 차이나 필름과 드라마 공동 제작을 준비하고 있고 베이징시가 운영하는 또 다른 제작사인 초진사와는 아동용 애니메이션 제작을 기획하고 있는 상태. "한국에서 드라마를 만들어 수출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어요. 현대자동차가 베이징에 현지 법인을 설립해 성공했듯, 현지 합작을 통해 철저히 중국 시장에 맞는 드라마를 만들어 내야 합니다."
이런 현실인식은 중국과 일본 시장 조사를 통해 목격한 ‘한류의 한계’에서 출발한 것이다. "무분별한 끼워팔기, 가격 부풀리기, 일부 스타들의 무리한 몸값 요구와 현지 인기관리 실패 등 2~3년 전 대만 홍콩 등에서 인기를 끌었지만 순식간에 그 인기가 꺼진 일본 드라마의 문제점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어요." 한류 열풍에 들 뜬 한국의 방송사와 제작사, 스타들이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어야 한다’는 상식에서 점점 벗어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계속 이렇게 가다간 한류가 언제라도 한 순간에 차갑게 식어버릴 수 있어요. 그러면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한국 드라마의 산업화는 그날로 끝나는 겁니다."
한국 드라마의 산업화는 요즘 그가 껴안고 사는 ‘화두’이자 ‘지상명령’이다. "하청업체 수준에 머물던 외주 제작사들이 아시아 시장의 가능성을 확인하면서 자체 기획을 통한 100% 사전제작을 시도하고 있어요." 이러한 변화는 그에게 놀라운 것이다. "저작권이 있으니까 달력부터 테마 쇼핑 몰까지 드라마의 상품가치를 극대화 시키는 신나는 작업을 하고 있죠. 회사가 살아있는 느낌이에요." 2005년은 이 ‘신나는 작업’이 ‘지속 가능한 한류’를 만들어 낼 수 있을 지를 가늠해보는 해일 것이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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