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음악도 저작권법에 걸리나요." 16일 음악저작물의 전송권을 확대한 개정 저작권법 시행을 앞두고 네티즌들이 혼란에 휩싸였다. 더욱이 정부가 온라인 상 불법적인 콘텐츠 이용에 대해 경고를 하고, 관련 단체들이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면서 ‘무료 음악파일’에 대한 위기의식이 높아지고 있다.
◆ 저작권법 이렇게 달라진다 = 개정 저작권법은 인터넷 등 통신망을 통한 음악저작물의 전송권(파일을 송신 또는 제공하는 권리)을 저작인접권자인 실연자(가수·연주자)와 음반제작자에게도 부여하고 있다. 종전에는 작곡자 작사자등 저작권자만 전송권을 주장할 수 있었고, 가수나 음반제작자는 복제권까지만 인정 받았다. 네티즌이 무단으로 음악파일을 다운로드하거나 업로드해 공유하는 것에 대해 손을 쓸 수 없었던 가수나 음반제작자가 앞으로 법적 대응에 나설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는 점이 이번 법 개정의 핵심이다. 작사ㆍ작곡자, 실연자, 음반제작자 모두로부터 동의 받지 않고 음악을 제3자가 들을 수 있게 온라인에 올리거나 다운받을 경우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공짜 음악파일’은 불법 = 개정법 시행은 ‘음악파일은 돈 주고 사는 것이 아니라 공짜’라는 통념에 적신호를 울리고 있다. 네티즌이 저작권자 동의 없이 음악파일을 다운로드하거나 블로그, 홈페이지, 인터넷커뮤니티에 올리는 일이 만연하지만 사실 이 같은 행위는 전송권 침해 여부와 상관없이 법 개정 이전부터 명백한 저작권 침해였다.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예로 들어보면 업체가 저작권자와 계약을 맺고 제공하는 배경음악 서비스를 돈을 주고 이용하는 것은 합법이지만 홈피 게시판에 음악을 올려 방문자 누구라도 자유롭게 들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불법이다.
‘공짜 음악’에 대한 인식 변화부터 절실하다. 벅스뮤직에 이어 소리바다 등 무료 온라인음악서비스의 유료화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온라인에서 합법적으로 음악을 이용하려면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한국음원제작자협회 한국예술실연자단체연합회 등 저작권관련단체의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개인이 이 같은 절차를 거치기가 쉽지 않으므로 유료 음원을 구입해 이용하면 된다.
◆ 온라인 상 불법 콘텐츠 단속 강화 = 정부 및 저작권 관련 단체들은 온라인 상 저작권 침해에 대한 단속 및 법적 대응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문화관광부는 "음악 영화 게임 등 콘텐츠에 따라 나뉘어진 저작권침해 행위 단속을 일원화하고 3월께 연합단속기구를 발족, 올 상반기 중 본격 단속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음원제작자협회도 "불법 음악파일 이용자에 대한 고소 등 법적 대응을 고려하고 있으며 개정법 시행 이전의 피해에 대해서까지 소급해 권리를 요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네티즌의 불법 콘텐츠 이용에 대한 단속이 실효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음원제작자협회 관계자는 "네티즌 다수의 저작권 침해를 일일이 적발해 대응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종을 울리는 차원에서 몇몇 사이트의 이용자에 대해서만 불법 사례를 적발하는 정도에서 그칠 가능성도 있다"며 "네티즌의 의식 개선에 기대를 걸어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인터넷 업계는 "법 개정으로 당장 달라지는 것은 없겠지만 언제 어떤 방식으로 적용되느냐가 문제"라며 좀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단속과 처벌을 강화한다지만 실무적으로 행정력이 미치기 쉽지 않은데다, 음반협회의 궁극적 목표가 인터넷 상의 모든 콘텐츠를 유료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음반업계에서는 음악 콘텐츠 유료화는 물론 네티즌들의 ‘퍼가기’(다른 웹사이트의 게시물을 복사해 옮기는 행위) 행위에 요금을 붙이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다음과 네이버 등 국내 주요 포털들은 개정 저작권법의 시행으로 네티즌들의 ‘퍼뮤니케이션’(퍼가기를 매개로 한 소통 행위) 문화가 어떻게 변화할 지 주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인터넷상의 오리지널 창작물이 부족한 상황에서 오프라인 콘텐츠의 재전송을 기반으로 인터넷 문화가 발달해 왔다. 이 과정에서 원본의 반복(퍼가기), 재창조(패러디)로 대표되는 특유의 소통 양식이 자리 잡았는데, 인터넷 상의 게시물 일체에 광범위한 저작권을 인정하게 되면 네티즌 문화에 변화가 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포털 업계 관계자는 "새 저작권법으로 인해 서비스 이용자들의 콘텐츠 구매가 늘어나면 다행이지만 반대로 퍼뮤니케이션 습관에 따른 개인간의 콘텐츠 분쟁이 빈발하면 분위기를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새 저작권법이 사실상 정보기술(IT) 산업을 겨냥하고 있는데도 법률을 입안한 저작권자와 문화관광부가 인터넷 업계와 정보통신부 입장을 배제한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네티즌들의 반대의견도 거세다. 네티즌 정모(25)씨는 "내가 돈을 주고 산 음악을 홈페이지에 게시하면 하루 수백명의 방문객이 듣고 갈 수 있는데 전송권을 제한해야 하는가"고 반문하고 "저작권법이 인터넷의 상업화를 부추기고 음악과 영상 콘텐츠의 가격만 높여 네티즌들의 부담만 키우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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