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힘든 오지 폐광촌이지만 불우이웃을 돕기 위한 도시락만큼은 풍성합니다."
결식아동 부실도시락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폐광촌의 불우이웃에게 인정 넘치는 도시락을 14년째 배달하는 봉사단체가 있어 훈훈한 감동을 준다.
강원 태백시 삼수동 서학골 입구에 위치한 사회복지재단 태백사회복지회(이사장 백윤구)의 ‘사랑의 도시락 공장’은 매일 오전 5시면 어김없이 밥 짓는 불을 지핀다. 6시부터는 도시락을 포장하고, 7시면 복지회 직원과 자원봉사자 등 10명이 300여 개의 도시락을 봉고차 2대에 나눠 싣고 새벽 바람을 뚫고 달리기 시작한다.
철암 장성 등 폐광촌에서 끼니를 거르고 있는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실직가정 150곳에 도시락을 배달하는 데는 4시간이 걸린다. 배달 거리도 수십㎞. 눈이라도 내리면 일일이 걸어서 비탈길을 오르내려야 한다.
도시락 내용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결식아동 부실도시락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돼지고기 쇠고기 등 고기류와 생선 채소 등으로 구성되고, 무엇보다 두 끼 이상 먹을 수 있도록 양을 충분히 담는다. 도시락 원가는 5,000원. 정부로부터 1인당 식비 2,500원을 지원받고 나머지 절반은 전국의 후원자들이 보내오는 후원금으로 충당된다. 1999년부터 태백시청 직원들이 해마다 보내오는 성금도 도움이 되고 있다.
태백사회복지회는 사랑의 도시락 공장을 92년부터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운영해오고 있다. 92년은 ‘검은 노다지’로 불리던 석탄산업이 사양화하면서 탄광촌에 한파가 본격적으로 몰아친 시기다. 그 해 겨울 태백역 대합실에서 한 부랑인이 굶어죽은 사건이 발생했다. 소식을 들은 옛 성심의료재단 장경덕 원장이 끼니를 굶는 이들을 위해 매월 50만원의 부식비와 쌀 1가마의 지원을 약속하면서 사랑의 도시락이 탄생했다.
태백사회복지회는 올해 겨울방학부터는 태백지역 결식 학생과 청소년을 위한 도시락 배달도 맡았다. 박병태 사무국장은 "사랑의 도시락이 배달되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하루를 이 도시락 한 개로 살아가는 이들"이라며 "특히 따뜻한 밥을 기다리는 아이들을 위한 맛있는 도시락을 만들기 위해 회원들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태백=곽영승기자 yskwa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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